티몬·위메프발 쓰나미에 떠는 소상공인…위메프 “환불 처리후, 대금도 정산 ”
“셀러(판매자)들은 부도 위기에 눈물로 밤을 지새고 있다. 정산금이 안 들어오니 당장 오늘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A 농업회사법인 관계자)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이 운영하는 티몬과 위메프의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중소 규모 판매자의 자금 압박이 커지고 있다. 납품 대금과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파산 신청을 고민한다는 판매자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들의 자금난이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경우 이커머스 시장은 물론 금융권도 피해를 막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세 판매자 ‘줄도산’ 우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등 큐텐 계열 플랫폼에 입점한 6만개 업체 중 상당수는 중소 판매자다. 이들 대부분은 금융권의 선(先)정산 대출을 통해 필요 경비를 융통하고 플랫폼 기업의 정산일에 맞춰 대출금과 이자를 자동 상환해왔다.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가 이달 정산 예정이던 5월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대출 상환과 이자 납입, 상품 매입 등의 일정이 모두 꼬이게 됐다.
특히 거래 금액이 큰 편인 디지털·가전, 여행업체들의 상황이 심각해졌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영세 여행사는 제 때 정산금을 받지 못하면 자금 순환이 바로 막혀버린다”며 “대형 여행업체들도 최근엔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이번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여행사도 ‘비상’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모두투어·교원투어 등은 티몬·위메프로부터 100억원에 가까운 대금을 못 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여행사들은 각각 티몬·위메프에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늦어도 26일까지 정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약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여행사가 플랫폼과 계약을 해지하면 기존에 판매된 상품 거래가 취소된다. 소비자가 예정된 일정대로 여행하려면 티몬·위메프의 환불 처리와 별개로 여행사에서 다시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
지난해 큐텐에 인터파크커머스 지분을 매각했던 야놀자의 경우 셈법이 더 복잡하다. 매각 대금 1871억원 중 약 1700억원을 아직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야놀자는 “큐텐이 매각 대금을 일정대로 분할 납입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향후 사태가 악화되면 미수금 확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야놀자 계열사인 인터파크트리플이 티몬과 위메프에서 받아야 하는 판매 미수금만도 각각 30억, 90억원 대로 추산된다.
이날 야놀자는 티몬·위메프에서 구매한 숙박 상품을 일괄적으로 ‘사용 불가’ 처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입실일(체크인) 기준 7월 28일까지의 상품만 이용할 수 있고 이후의 예약 건은 취소된다. 야놀자 측은 이용자들에게 “이 같은 안내를 드리게 돼 무거운 마음”이라며 “이미 사용 처리된 상품은 제휴점에 책임지고 정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메프, 현장 환불로 소비자 달래기
시스템 과부하로 전산 작업이 불가능해지자, 피해자들은 직접 수기로 개인정보를 적어 제출했고 위메프 재무팀 직원들이 이를 직접 확인해 계좌로 환불하는 작업이 새벽부터 진행됐다. 일부 고객의 경우 환불 금액이 반복 입금되고 실제 지불한 금액보다 초과된 금액을 지급 받는 등 오류도 발생했다.
위메프는 고객들의 방문이 이어지자 오전 10시30분부터는 현장 환불을 중단하고 QR코드를 통한 온라인 환불 접수를 안내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날 위메프 본사에 방문해 환불을 요청한 1650건 중 오후 9시까지 약 1400건의 거래 금액에 대해 환불이 완료됐다.
이날 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금 정산과 환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위메프, 티몬을 포함해 큐텐 그룹 차원에서 다 같이 대응하고 있다”며 “고객 환불 문제부터 집중한 뒤 소상공인·영세상인 등 판매대금 지급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주까지 위메프 정산 지연금은 400억원이다. 티몬과 위메프 전체 피해 규모는 모른다”며 “새로운 판촉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정산에 문제가 생겼는데 커뮤니케이션이 미숙해서 불안감이 가중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구영배 큐텐 대표가 사태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해결책을 찾아 모두의 앞에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구 대표는 현재 입장 발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도 보도자료를 내고 위메프와 함께 7월 출발 여행 상품부터 빠르게 취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여행 상품도 원할 경우 출발일자에 따라 순차적으로 구매 취소를 돕기로 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정확한 구매 취소 일정과 방법은 추후 안내할 예정이다. 류광진 티몬 대표는 자료를 통해 “피해 구제, 결제 재개 등을 통해 고객과 판매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며 “정산 지연 또한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직접 환불 나선 기업도
위메프와 티몬에 입점했던 일부 기업들은 환불과 제품 배송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나섰다. 침대 제조사인 시몬스는 티몬에서 결제된 4억원 어치 구매건에 대해 제품 배송을 모두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안정호 시몬스 대표는 “소비자 불편을 먼저 해소하고 이후 문제를 티몬과 풀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몬스가 티몬에서 받아야 할 미정산금은 10억원 가량이다.
SPC도 티몬·위메프에서 판매된 ‘SPC 모바일 상품권’을 전액 환불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대행업체로부터 정산받지 못한 판매금 문제는 해당 업체와 별도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SPC 측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티몬·위메프 등을 통한 모바일 상품권 판매는 즉각 중단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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