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규모 ‘4조3515억원’…“세수 확보 대책도 마련해야”
25일 정부가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는 4조3515억원(연간)으로 추정된다. 전년도 개편안 당시 감세 규모(4719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당장 바뀐 세법이 적용되는 내년에만 올해 대비 6227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3년 차를 맞아 다시 감세 기조가 강화되면서 나라 곳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대표적인 세수 감소 요인으로 상속세 개편(-4조원)·자녀세액공제(-6000억원)·결혼세액공제(-1000억원)가 꼽혔다. 세목별로 보면 상속증여세(-4조565억원)·소득세(-4557억원)·법인세(-3678억원)는 줄고, 부가가치세는 공제율 상향 등의 영향으로 3656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이는 추산이 가능한 일부 세목만을 토대로 한 예상치여서 실제 세수 증감과는 다를 수 있다.
올해 최소 10조원 결손 예상에도 감세 드라이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펑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올해 1~5월 국세 수입은 151조원으로 1년 전보다 9조1000억원 줄었다. 연간 목표 세수 대비 징수 실적을 나타내는 진도율은 41.1%로 최근 5년 평균(47.0%)은 물론 56조원대의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했던 작년(46.6%)보다도 낮다. 세제 당국은 올해 결손 규모는 최소 1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감세 드라이브를 강화한 건 경기 침체 및 인구 위기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체감경기 어려움과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생산연령 인구 감소 등을 위기 요인으로 봤다. 중산층의 세 부담을 경감해주기 위해 상속세 개편을 추진하는 한편 결혼·출산·양육 지원을 위해 결혼세액공제도 신설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조세정책의 경우 서민의 세 부담을 경감해 삶의 질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론 낡은 세제를 정상화해 기업·개인 활동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세입 측면만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공개한 계층별 세 부담을 보면 고소득층보다는 서민과 중소기업에 돌아가는 감세 혜택이 더 크다. 구체적으로 서민·중산층(총급여 8400만원 이하) 세 부담이 6282억원, 중소기업이 2392억원 감소하는 반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각각 1664억원, 917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감세를 통해 기업과 가계의 세 부담을 낮추면 투자와 소비로 이어져 경제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원 확대 필요한 타이밍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나친 ‘감세 일변도’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누누이 강조했던 정부인데 세수 부족 상황에서 조 단위 감세를 하는 건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가 줄어든 만큼 세입 확보 방안(one-out one-in 전략)도 함께 마련했어야 한다며 “내리는 게 있으면 올리는 게 있어야 하고, 그 여력이 안 된다면 지출을 더 바짝 졸라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강조한 '선순환' 구조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감세를 통해 경기를 활성화해서 세수를 늘린다는 건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실제 작동할지는 미지수”라며“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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