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경쟁이 전부 아니다…똥물, 테러, 물가" 외신이 주목한 우려[파리올림픽]
오는 26일(현지시간) 개막하는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주요 외신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각국의 출전 선수나 메달 경쟁만이 아니다.
개최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마저도 "헛소리 같았지만 현실화했다"고 말한 이른바 '센강 올림픽'이 과연 수질 논란 없이 가능할 것인지가 대표적이다. 또한 트라우마로 남은 2015년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와 같은 일이 올림픽 기간 발생하지는 않을지도 우려로 꼽힌다. 올림픽을 앞두고 지하철 요금과 에펠탑을 비롯한 주요 입장료가 껑충 치솟은 것을 두고 "메달 급 가격 인상"이라는 외신 보도도 쏟아지고 있다.
센강은 수영할 만큼 깨끗한가
이번 파리 올림픽은 센강에서 출발한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주 경기장이 아닌, 센강에서 올림픽 개막식이 치러지게 돼서다. 개막식뿐만이 아니다. 트라이애슬론을 비롯한 일부 종목은 센강에서 진행된다. 올림픽을 계기로 파리를 상징하는 센강을 보여주는 동시에, '친환경 올림픽'의 핵심 가치를 강조하겠다는 것이 조직위의 계획이다.
하지만 이처럼 야심찬 계획이 공개되자마자 세계적으로 우려가 쏟아졌다. 파리 중심에 위치한 센강은 1920년대 초반부터 수질 오염 문제로 인해 수영 자체가 금지돼있는 곳이다. 과거에는 악어가 발견된 사례도 있다. "똥물에서 수영시킬 것이냐", "대장균과의 싸움"이라는 외신 보도들이 꾸준히 이어진 배경이다.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는 이번 올림픽 개최를 위해 2015년부터 센강의 수질 개선을 추진해왔다. 약 14억유로를 투입해 지하수 저장분지 건설, 하수 인프라 개조, 폐수처리 업그레이드 등을 진행했다. AP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이러한 파리의 노력을 주시하면서도 지난달 말까지도 센강에서는 기준치 이상의 대장균, 장구균이 검출됐다는 점을 짚었다. 기준치를 초과한 물에서 선수들이 수영할 경우 위장염, 결막염, 외이염, 피부 질환 등에 노출될 수 있다.
다행히 올림픽 개막을 앞둔 최근에는 날씨가 좋아지고 수질 정화 작업의 효과로 수영 적합 기준까지 개선됐다는 지표가 확인된 상태다. 이에 아멜리 우데아 카스테라 스포츠부 장관을 시작으로 안 이달고 파리 시장, 토니 에스탕게 파리올림픽조직위원장 등이 수질 개선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센강에서 수영을 하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파리가 대장균에 대한 승리를 선언했다"면서 "올림픽은 시작에 불과하며 내년 여름이면 일반 대중들도 센강에서 수영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친환경 의제에 대한 승리를 뜻하게 될 것"이라고 주목했다.
다만 우려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USA투데이는 "올림픽 수영 선수들이 더러운 센강에 뛰어들게 될 것이다. 당신도 그렇게 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자칫 올림픽 기간 비가 많이 내리기만 해도 센강의 수질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구토하는 트라이애슬론 선수 1명만 나와도 센강의 새 이미지는 다시 더러워질 것"이라고 짚었다. 뉴욕포스트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가장 큰 의문 중 하나는 누가 금메달을 따느냐가 아니다"면서 "파리의 상징인 센강이 올림픽 기간 동안 기대에 부응할지 여부"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유대인 위험해" 잇단 테러 경고
파리를 둘러싼 테러, 보안 우려는 2017년 이 도시가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을 때부터 제기됐다. 불과 2년 전 파리에서 유럽 역사상 최악의 테러 공격 중 하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IS 테러로 인해 목숨을 잃은 이는 130명을 웃돌았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은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도 국제올림픽위원회 관계자로부터 "안전한 개최가 가능할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도 이러한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1972년 뮌헨 올림픽,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등을 언급하며 올림픽은 과거부터 테러의 표적이 돼왔다고 경계했다. 뉴스위크는 "파리 올림픽은 보안 면에서 역대 최대의 도전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장 센강에서 개최되는 개막식이나 경기는 드론, 저격수 공격 등에 취약하다는 평가다. 마크롱 대통령이 개막식 관중을 대폭 축소한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번 주에는 이스라엘 선수단과 관광객을 겨냥한 테러 경고가 확인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국가안보회의(NSC)가 특별 성명을 통해 "이란의 지원들 받는 테러 조직이 올림픽 기간 중 이스라엘인 또는 (해외국적) 유대인을 상대로 공격을 꾀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자칫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선수촌의 이스라엘 선수단 숙소에 침입해 인질극을 벌이다 결국 선수단 전원 사망한 뮌헨 올림픽과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뮌헨 올림픽은 테러로 악명을 떨쳤다"면서 "이제 그 역사가 2024년 파리 올림픽에 드리워져 있다"고 전했다. 엔디티비는 "파리 올림픽이 역사상 가장 위험한 올림픽이 될 수 있다"며 그 이유로 불안정한 정치, 시위 등 프랑스 내부 분열과 함께 세계적인 지정학적 긴장을 꼽았다. 이 매체는 "가장 큰 우려 사항은 이슬람 테러 네트워크"라며 "인질 납치, 자살 폭탄 테러, 폭발물 설치 등이 잠재적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정부는 파리 시내에 경찰 4만5000명, 군인 1만명, 사설 2만2000명 등의 병력이 배치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파리 올림픽 이미 놀라워, 가격 측면에서"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일찌감치 악명을 떨친 것은 또 하나 더 있다. 높아진 물가다.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초 "파리 올림픽은 놀라움을 예약했다. 가격은 이미 그렇다"며 숙박부터 교통, 외식까지 비용 부담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당장 지하철 요금부터 2.15유로에서 4유로로 껑충 뛰었다. 올림픽 기간 이용객이 늘어나는 만큼 관리비 충당을 위한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명목에서다. 에펠탑 입장료는 지난 6월부터 20% 상승했다. 루브르 박물관도 17유로였던 입장료를 22유로로 30% 높였다. 포브스는 "파리 올림픽에 가느냐"면서 "티켓부터 식사까지 메달에 걸맞은 가격 인상에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포브스가 지난 4월 부킹닷컴 등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평소 90~200유로였던 파리 내 3~4성급 체인호텔 1박 가격은 400~700유로까지 뛰었다. 박당 300유로인 5성급 호텔의 요금은 1500유로로 치솟았다. 파리 외곽이나 도시 경계를 벗어난,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에서도 1박 요금은 400유로에 육박했다. NYT 역시 지난해 1박당 169유로였던 평균 숙박 비용이 올림픽 기간에는 700유로로 뛴다고 주목했다.
다만 이러한 뻥튀기 인상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비즈니스타임스는 이번주 보도에서 "올림픽 기간 파리 내 호텔 가격이 최고가의 거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호텔에서 객실 수요를 잘못 판단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라이트하우스에 따르면 7월26일~8월11일 기간 내 1박당 평균 숙박 가격은 313유로로 파악됐다. 여전히 1년 전 평균가격(175유로) 대비로는 높지만, 올림픽 11개월 전 최고가(531유로) 대비 41% 내렸다. 이 매체는 "올림픽에 엄청난 금액을 지불할 의향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며 "업계 전문가들은 보안 경계 강화, 도심 교통 우려 등에 대한 언론 보도가 방문객의 취소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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