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나이키·루이뷔통, 이곳서 반전 노린다[파리올림픽]
마라톤 스타 후원으로 주력 신발 홍보
럭셔리 성화 케이스·메달 제작으로 눈길
파리올림픽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꿈에 부푼 것은 비단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과 관중뿐만이 아니다. 선수들의 단복과 유니폼부터 장비와 메달에 이르기까지 제작을 맡은 패션 업체들이 존재감을 뿜어낼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와 세계 최대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있다. 이들 기업은 최근 계속되는 매출 성장 둔화와 주가 하락으로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나이키가 이번 올림픽에서 전면에 내세운 주력 상품은 역시 신발이다. 지난 4월 나이키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케냐의 마라톤 스타 엘리우드 킵초게와 영국의 단거리 선수 디나 애셔-스미스를 후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킵초게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 마라톤 종목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목에 건 디펜딩 챔피언이다. 주요 외신은 이번 후원으로 나이키의 야심작인 '알파플라이3' 마라톤화가 올림픽을 통해 세계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러닝화 부문에서 매출 하락세를 겪고 있는 나이키로선 이번 마라톤화 모델의 성공이 절실한 상황이다. 나이키의 2024 회계연도 4분기(3~5월) 매출은 약 12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 가까이 하락했다. 시장 예상치(약 129억달러)도 하회했다.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앱),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매출도 8% 감소했다. 2024 회계연도 전체 매출도 전년 대비 1% 증가한 514억달러에 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와 2008~2009년 금융 위기를 제외하면 2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회사 매출의 68%를 차지하는 신발 매출이 4% 떨어진 점이 크게 부각됐다. 높은 물가로 인해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 데 더해 호카 오네오네, 아식스, 온러닝, 룰루레몬 등 경쟁사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온 여파다. 데커스가 소유한 러닝화 브랜드 호카의 경우 올 4분기 매출이 34% 성장했다. 나이키의 주가는 올해 들어 31% 폭락했다. 같은 기간 S&P500이 16% 넘게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존 도나호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파리 올림픽은 우리의 스포츠 비전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정의 순간을 제공한다"며 "획기적인 혁신과 브랜드 캠페인을 바탕으로 고객들이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비관론도 잇따른다. 에르난 하루비 맥길대학교 마케팅 교수는 "올림픽을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하는 것은 캐나다 대표팀에 장비를 후원한 룰루레몬과 같은 소규모 브랜드들엔 의미가 있지만, 나이키처럼 보편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기업엔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나이키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미국 대표팀(Team USA)을 비롯해 대한민국의 브레이킹 댄스 대표팀 등을 후원한다.
LVMH도 최근 매출 성장세가 꺾인 만큼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LVMH의 지난 2분기 매출은 209억8000만유로(약 31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 성장하는 데 그쳤다. 1년 전만 해도 매출 증가율이 21%에 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명품 시장 '큰손'인 중국 소비자들이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지갑을 닫은 여파가 컸다. 또 사치품 '엔저 할인'을 찾아 일본으로 떠나는 중국 여행객들이 늘면서 이들이 명품 소비를 유보한 것도 실적에 타격을 줬다. 지난 2분기 일본을 제외한 LVMH의 아시아 지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떨어졌다.
이에 LVMH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 1억5000만유로(약 2200억원)를 쏟아부으며 사활을 걸고 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올림픽은 파리에서 열리고 LVMH는 프랑스의 이미지를 보여준다"며 "올림픽의 일부가 될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고 의지를 다졌다. LVMH의 벨루티는 프랑스 대표팀 개회식 단복 제작을 맡았고, 모에 헤네시는 VIP 행사의 와인 및 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메달 디자인은 쇼메가, 메달을 보관할 케이스와 가죽 트레이는 루이뷔통이 만들었다.
아르노 회장의 장남인 앙투안 아르노 LVMH 환경 및 이미지 책임자는 "우리는 단순히 수표에 서명하고 거리 옆에 광고판을 세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며 이번 파리 올림픽 홍보 전략을 설명했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럭셔리 상품 애널리스트 루카 솔카는 LVMH의 올림픽 스폰서십 전략은 "럭셔리 브랜드로서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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