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세법개정]조각투자상품 수익 ‘배당소득’으로…밸류업 기업도 혜택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인 세제지원 방안이 보다 구체화했다. 직전 3년 평균치보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을 5% 늘린 기업은 밸류업 우수기업으로 보기로 했다. 분리과세를 적용받는 개인 투자자를 위한 과세 방안도 확정됐다. 기재부는 지속해서 배당을 확대해온 기업의 실적을 반영하기 위해 ‘분리과세 소득금액 비율’을 도입하기로 했다. 앞으로 조각 투자 상품에서 나오는 이익은 일률적으로 배당소득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 세법개정 안’을 발표했다. 자율공시를 이행하고,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직전 연도 대비 늘린 기업 중 직전 3년 평균 대비 5%를 증가시킨 기업을 밸류업 우수기업으로 보기로 했다. 기재부는 2014년 시행했던 배당소득증대세제보다 요건을 단순화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 4일 역동경제 로드맵을 통해 밝힌 대로 밸류업한 기업에는 주주환원 증가금액의 5%를 법인세 세액공제해주기로 했다.

기업이 받을 수 있는 공제 한도는 당해연도 총 주주환원 금액의 1%까지로 설정했다. 기존에는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다가 세액공제 혜택을 위해 갑작스레 혜택을 늘린 기업에 너무 큰 혜택이 쏠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법인세 세액공제를 적용받는 기업에 투자하는 개인주주에 대한 분리과세 방안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앞서 역동 경제 로드맵에서 기재부는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을 경우 14~45%인 세율을 25%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향을 공개했다. 당시 기재부는 기존에 배당에 적극적이었던 기업들이 갑작스럽게 배당을 늘린 기업들보다 혜택이 적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배당소득 증가금액 등에 대해서만 세 혜택을 준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재부는 이런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분리과세 소득금액 비율’을 도입해 직전 3년간 주주환원 금액을 꾸준히 늘려온 기업의 주주에 대해서도 세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직전 3년 평균 주주환원 금액의 10%를 곱한 값에 직전 3년 평균 대비 증가분을 더한 이후 직전 3년 평균 주주환원 금액을 나눈 비율을 분리과세 소득금액 비율로 설정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직전 평균 주주환원이 100만원, 당해연도 증가율이 20%, 차년도 배당이 130만원이었다고 가정하면 분리과세 소득금액 비율은 30%가 된다. 기재부는 이렇게 구해진 분리과세 소득금액 비율을 차년도 현금배당에 곱한 만큼을 분리 과세할 계획이다.

늘어난 주주환원 금액에 대해 분리과세를 적용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전 3년간 주주환원 실적을 반영해 혜택을 준다는 설명이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기존에 많이 (배당을) 하던 기업들은 직전 주주환원 금액의 10% 또한 (전년 대비) 증가분과 동일한 대우를 해주도록 한 것”이라면서 “직전에 많이 (주주환원을 해온) 기업들에는 혜택이 차등을 둘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조각 투자 상품에서 나오는 이익은 일률적으로 배당소득으로 간주한다.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던 일부 미술품 조각 투자자들의 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각 투자상품을 통해 얻은 이익 또한 펀드 투자를 통한 수익과 유사하다고 보고 일률적으로 배당소득으로 보기로 한 것이다. 조각 투자는 투자 대상을 쪼개서 사고파는 방식을 뜻한다.

조각투자방식 '배당소득'으로...펀드와 유사한 구조로 판단

현행 소득세법은 조각 투자를 통한 수익에 대한 과세 세목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조각 투자 방식이라고 해도 과세 방식이 제각각이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을 통한 수익은 배당소득으로 보고,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을 통한 수익은 환매 이익으로 분류해 기타소득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따라 서로 다른 세율이 적용되거나 종합과세 여부가 달라지곤 했다.

기재부는 조각 투자상품도 펀드와 유사한 구조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정 실장은 “직접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부동산투자펀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주식 펀드에 투자하는 것과 (조각 투자 구조가) 유사한 점을 고려했다”며 “기본적으로 환매나 매도, 해지, 해산 등을 하는 경우 펀드 과세와 동일하게 배당소득으로 과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술품 조각 투자자들의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술 조각 투자상품의 양도가액이 6000만원 미만이면 세금이 없고, 그 이상일 경우에는 80~90%를 공제한 뒤 기타 소득세(22%)를 부과하고 있다. 배당소득세(15.4%)로 전환되면 6000만원 미만 투자자들도 세금을 내야 하게 된다.

기재부는 배당소득 과세 시 과도한 세 부담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과세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했다. 조각 투자를 개별 기초자산의 성격에 따라 소득 분류 시 신고와 납부 등 과도한 납세협력비용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