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가구 17억 아파트 상속세 ‘0원’…신혼 100만원 세액공제

임성빈 2024. 7. 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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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부담을 큰 폭으로 줄이고,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세제 지원을 늘린다. 기업에는 세액공제를 확대하며 법인세 등의 부담을 낮춘다. 세금 수입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투자와 고용, 민생 지원을 위해 감세 기조를 이어간다는 게 정부가 25일 내놓은 올해 세법 개정안의 방향성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상속·증여세에 있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거래 가격이 10억원을 넘어가며 서울에서 집 한 채를 가진 상당수가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다. 상속세 부담이 ‘부자’뿐 아니라 ‘중산층’까지로 확대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문제 인식이다.

세율과 과세표준, 공제 금액을 모두 손질하기로 했다. 우선 상속세 자녀공제 금액을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높이기로 했다. 현행법대로면 상속인으로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있는 경우, 10억원 이하의 재산까지는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 상속재산에 배우자공제 5억원, 일괄공제 5억원을 적용해 공제하기 때문이다.


배우자·자녀 2명 경우 17억원 공제


차준홍 기자
그러나 자녀공제 금액을 올린 개정안을 적용하면 17억원 이하의 상속재산까지 상속세가 ‘0원’이다. 배우자공제 5억원, 기초공제 2억원, 자녀공제 10억원(5억원+5억원)을 받는다. 현행법은 기초공제와 자녀공제를 합쳐도 3억원(2억원+5000만원+5000만원)이기 때문에 더 큰 공제인 일괄공제(5억원)을 적용했다. 개정안은 자녀가 1명이어도 일괄공제보다 큰 7억원(기초공제 2억원+자녀공제 5억원)의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자녀 가구일수록 상속세 부담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구조다.

상속세율 10%를 적용하는 과세표준 최하 구간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넓힌다. 가장 높은 50% 세율을 매기는 ‘30억원 초과’ 구간을 없애고 ‘10억원 초과’ 구간부터 최고세율을 40%로 적용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과세표준 조정으로 세 부담이 줄어드는 사람은 약 8만3000명, 최고세율 인하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약 2400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결혼‧양육 지원에 대한 고민도 세법 개정안에 담았다. 2024~2026년 혼인신고를 한 부부에 최대 100만원의 ‘결혼세액공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올해 이미 혼인신고를 했더라도 제도가 시행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자녀‧손자녀에 대한 자녀세액공제금액도 높인다. 현재 첫째 15만원, 둘째 20만원, 셋째 이후 30만원인 세액공제 금액을 첫째 25만원, 둘째 30만원, 셋째 이후 40만원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부영그룹이 출산한 직원에게 ‘아기 1명당 1억원’을 주는 것처럼 기업이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에 대해서는 근로소득 전액 비과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총급여 5000만원인 직원이 1억원의 출산지원금을 받은 경우 현재 근로소득 결정세액은 약 2440만원인데, 개정안대로면 세 부담이 약 260만원으로 감소한다.


‘직원 할인’ 연 240만원까지 비과세…기업 세액공제 확대


직장인이 체감할 수 있는 개편은 또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 한도를 총 1억원(연 2000만원)에서 2억원(연 4000만원)으로, 비과세 한도를 200만원(서민형 400만원)에서 500만원(서민형 1000만원)으로 확대한다. 근무하는 회사에서 자사‧계열사 제품‧서비스를 직원 할인 혜택을 받아 샀다면 할인금액은 근로소득으로 규정하고, 연 240만원(또는 제품·서비스 시가의 20%)까지 근로소득 비과세를 적용한다.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많은 가상자산 과세 시행 시기는 2027년으로 더 미룰 계획이다.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주식‧펀드‧채권 등 투자로 생긴 소득에 과세)는 폐지를 추진한다. 조각투자상품의 경우 그동안 부동산‧음악 저작권‧미술품 등을 각기 다른 세목으로 과세해왔는데, 앞으로는 펀드 과세와 같이 15.4%의 배당소득으로 과세할 계획이다.

하이브리드·전기·수소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은 올해 말 일몰 예정이었지만, 2026년 말까지 2년 연장하기로 했다. 단 하이브리드차는 최근 판매 추이를 고려해 감면 한도를 10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축소한다. 신용카드로 수영장‧체력단련장 이용료를 결제하면 30%를 소득공제하기로 했다.

기업에 대해서는 감세 혜택을 유지, 확대한다. 기업의 승계 부담도 덜어줄 방침이다. 기업 최대주주의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해당 지분의 가치를 20% 높여 과세하는 할증평가는 폐지한다. 10년 이상 경영한 회사를 가업으로 물려주는 경우 적용하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중소기업과 매출액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에서 중소‧중견기업 전체로 넓힌다. 주주 환원이 많은 ‘밸류업 우수기업’과 투자‧연구개발(R&D) 지출이 많은 ‘스케일업 우수기업’은 공제 한도를 2배 확대해 최대 1200억원의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기업은 공제 한도 없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한다.

직원을 고용할 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통합고용세액공제도 개편하기로 했다. 현재는 상시근로자(임시‧일용직, 초단시간 근로자 제외)가 전년 대비 증가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개정안에서는 상시근로자를 비롯해 1년 이상 근무한 통상 근로자(계속고용) 고용에 대한 공제액을 확대하고, 기간제(1개월 이상)‧단시간(일용직은 제외) 근로자(탄력고용)까지로도 지원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을 늘린 기업에는 법인세 세액공제,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 주주환원 촉진세제를 신설한다. 국가전략기술과 신성장‧원천기술 R&D 비용의 세액공제 적용 기한은 2027년 말까지 3년 연장한다.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도 같이 연장할 계획이다. R&D 인건비, 시설 임차료 등의 비용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한다.

박경민 기자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인구위기, 잠재성장률 하락 등 구조적인 위험요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세법 개정안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민생 안정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국세 수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책 효과가 나타난다면 전반적으로 세입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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