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소비자 환불부터…” 티몬 미정산, 수습 나선 업체들

박은주 2024. 7. 2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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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관계자, 티몬 판매 상품권 취소 “티몬 측이 일괄 취소 요청했다” 주장도
“티몬 측 환불 기대하기 어려워 보여, 일단 소비자 환불부터 하기로”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 앞에서 대금 정산 지연 피해를 호소하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인기척을 확인하며 서성이고 있다. 뉴시스


온라인마켓 티몬의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 여파로 고객이 이미 결제한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크고 작은 업체들이 직접 소비자 피해 대책에 나서고 있다. 티몬의 정산금 미지급의 또 다른 피해자인 입점 업체가 고객 피해를 보상하고 있는 셈이다.

A업체는 지난 24일 티몬을 통해 자신의 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환불 안내 문자를 보냈다. 약 한 달 뒤에도 티몬 시스템에서 환불이 안 되면 자신들이 직접 결제 금액을 송금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고객들이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불액은 모두 1억5000만원 정도”라며 “티몬에서 못 받은 정산액은 3000여만원”이라고 말했다.

티몬·위메프 등 큐텐(Qoo10) 계열사들의 정산 지연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사옥 앞에서 소비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이어 “저희도 어려운 상황인 만큼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면서 “고객들의 불편과 걱정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전액 환불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A업체의 경우 티몬 측의 제안으로 상품권 사용이 취소됐다. 정산금을 못 받게 된 업체 측이 자신들의 피해를 막고자 고객들이 이미 결제한 상품권의 사용을 막은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A업체는 티몬 측이 “일괄 취소하지 않으면 고객들의 피해도 커진다. 티몬이 직권으로 일괄 취소를 하면 고객들에게 자동 환불이 이뤄질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당시 환불도 못 받고 있던 고객들이 너무 많아 동의했지만 그 후에도 환불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복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원상복구가 어렵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결국 티몬 측의 환불을 기대할 수 없겠다고 판단한 A 업체 측은 자신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대신 환불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A업체 관계자는 “정산이나 고객 환불에 대해 문의를 해도 2시간에 한 번씩 카카오톡 메시지로 겨우 답장을 받고 있다”며 “환불 일정도 확실히 말해줄 수 없다고 하더라. 그 얘기를 듣고 저희가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티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담당 MD들이 업체와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런 제안을 했을 수는 있다”며 “공식적으로 그런 방침을 세운 것은 아니다. 사태 수습을 위한 차원이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25일 서울 삼성동 위메프 본사 1층에서 접수 대기 후 환불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최현규 기자


앞서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가 입점 업체들에 판매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일부 업체들의 판매 중단 사례가 속속 등장했다. 이로 인해 고객들의 환불 요청이 속출하자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들은 지난 23일부터 티몬·위메프 기존 결제 건에 대한 카드 취소를 막았다. 소비자들은 결제 금액을 돌려받기 위해 티몬 홈페이지에 계좌를 입력한 뒤 기다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계좌를 입력해도 시스템 오류 문구가 뜬다는 후기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여행사가 티몬의 판매 대금 지연 정산과 상관 없이 이미 결제된 건에 대한 투어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며 홈페이지에 올린 안내문. 해당 여행사 홈페이지 캡처


A업체 외에도 고객 피해가 이어지자 직접 대책 마련에 나선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여행사도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고객들의 추가 피해를 막고자 티몬을 통한 여행 상품 판매는 중단했다”면서도 “판매금이 정산되지 않고, 고객 환불이 불가한 경우에도 이미 여행 상품을 구매하신 고객분들의 투어 이용에 일체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안내했다.

가구업체인 시몬스도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고객 신뢰가 최우선”이라며 이미 소비자 결제가 끝난 4억원 상당의 제품 배송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시몬스가 8~9월 티몬에서 정산받아야 할 금액은 1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도 정산 문제와 관계없이 소비자가 위메프에서 구매한 기프티콘을 정해진 제휴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다. SPC그룹은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된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 등 SPC모바일 상품권을 전액 환불 조치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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