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美의회 연설 "신속 지원해달라"…해리스는 불참했다

임주리 2024. 7. 25. 15: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의회 연설에서 신속한 군사 지원을 촉구했다. 반(反)이스라엘 시위대의 거센 항의에도, 네타냐후는 '완전한 승리' 없이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며 시종일관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팔레스타인 전쟁의 장기화와 인도주의적 위기에 국제사회에서 비난이 높아지자 최대 우군인 미국의 초당적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반이스라엘 시위대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후 2시께 워싱턴 DC의 의사당에서 진행한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며 "우리가 함께할 때 우리는 이기고, 그들은 패배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의 미국 의회 연설은 이번이 네 번째로, 지난해 10월 전쟁이 발발한 이후로는 처음이다.

네타냐후는 연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양측에 모두 감사함을 표하며, 이란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하마스 뒤에 이란이 있고, 이란의 주적은 미국"이라며 "우리의 싸움은 여러분의 싸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의 안보가 미국의 안보와 직결돼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 능력, 가자지구 통치를 끝내고 모든 인질을 집으로 데려올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완전한 승리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하마스 섬멸'이란 목표를 이룰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은 모습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4일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펼쳤다. AP=연합뉴스

네타냐후가 가장 강조한 것은 '신속한 지원'이었다. 그는 "미국의 신속한 군사 지원은 가자지구의 전쟁을 신속하게 끝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중동 역내에서 확전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자신에게 체포 영장을 청구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결정을 비난했다. 그는 "구호 트럭 4만 대 이상이 가자지구에 진입할 수 있게 했다"며 "이스라엘이 고의로 가자 주민을 굶기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엔(UN)에 따르면 전쟁 이후 들어간 구호 트럭은 약 2만8000여 대"라며 "각 구호단체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구호품 반입을 고의로 차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가디언은 또 "이스라엘군은 수백만 장의 전단지, 메시지 전송 등으로 민간인을 위험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네타냐후의 주장에 대해서도 "민간인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파악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고, 인도주의 구역에도 공습을 가했다"고 비판했다.

네타냐후는 연설에서 전후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재정착을 추진하지는 않지만, "한동안 안보 통제권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브라함 협정'으로 대표되는 역내 안보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정부 시절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과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하고 관계를 정상화한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전후 계획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어 이스라엘 주요 매체들마저도 이를 비판했다. 일간 하레츠는 "52분간의 연설에서 이스라엘을 비극에서 어떻게 구해낼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커녕 작은 실마리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반이스라엘 시위대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네타냐후의 이날 연설은 안팎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그의 연설 중 '전범'이라 쓰인 손팻말 등을 들어 반대 의사를 표했고, 민주당 의원 50여 명은 항의의 뜻으로 아예 불참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당연직 상원 의장이지만 선거 일정을 이유로 참가하지 않아, 그의 대(對)이스라엘 정책 기조가 바이든과는 다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네타냐후는 바이든, 트럼프는 물론 해리스와도 별도 회동을 가질 예정으로 알려졌다.

의사당 밖에서는 시위대 수천 명이 몰려 "학살에 한 푼도 지원해서는 안 된다"며 휴전을 촉구했다. 일부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은 네타냐후가 머무는 호텔에 구더기 등 벌레를 풀어 논란이 됐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지상 작전을 펼치는 모의 훈련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과의 국경에서 헤즈볼라와 맞서고 있는 북부사령부 제91사단 예하 제228 예비여단이 레바논 전투 시나리오에 따른 훈련을 마쳤다고 밝혔다. 반면 헤즈볼라 측은 이스라엘 북부의 라맛 다비드 공군기지를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는 등 양측 갈등은 심화하고 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