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 안 되면 죽어야 한다 해"…법정 선 어머니, 눈물의 증언

여자친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레아(26)씨. 연합뉴스

"'내 것이 안 되면 죽어야 한다'고 했다. 제가 다 기억한다"

25일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김레아(26)의 살인 및 살인미수 두 번째 공판에서 피해자 A씨(사망 당시 21세)의 어머니 B씨(46)가 증인으로 출석해 범행 당일에 있었던 상황을 증언했다.

김레아는 올해 3월 25일 오전 9시 35분쯤 경기 화성시 소재 자기 거주지에서 이별 통보를 이유로 여자친구였던 A씨와 A씨의 어머니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A씨를 살해하고, B씨에게는 최소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게 한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기소됐다.

이날 B씨는 사건 발생 전날인 3월 24일 딸 몸에 든 멍과 목 부위에 난 손자국을 발견해 딸이 데이트폭력을 당했다는 사실과 신체 사진을 찍혀 협박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튿날 아침 B씨는 딸의 짐을 빼러 딸과 함께 김레아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을 찾았고, 사진을 유포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합의서를 들고 그가 집에 오기를 기다렸다.

당시 김레아는 B씨가 "딸 몸에 있는 멍 자국과 상처들은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갑자기 한숨을 쉬더니 흉기를 들고 모녀에게 휘둘렀다고 한다.

B씨는 "저는 제 딸이라도 살리려 김레아가 딸을 따라가지 못하게 그를 잡았는데 김레아가 저의 등과 어깨를 몇 번 찔렀고 저는 정신을 잃게 됐다"며 "이후 눈을 떠보니 도망간 딸을 김레아가 쫓아간 뒤였다. 이후 112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 딸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까 김레아가 딸의 머리를 붙잡고 '내 것이 안 되면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김레아가 말한 것을 다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B씨는 범행 당시 상황을 증언하면서 한동안 몸을 떨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법정에서는 당시 상황이 녹취된 녹음 파일도 재생됐다.

B씨는 재판부에 "김레아는 제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제 딸과 자신은 가만히 있는데 나 혼자 쳐들어와서 (사건이 발생했다고) (수사기관에) 거짓 진술한 것으로 안다"며 "김레아가 하는 말은 하나부터 열까지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레아는 첫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앞머리를 얼굴 위로 길게 늘어뜨려 얼굴을 가리고 등장했다. 그는 공판이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녹취 파일이 재생되자 눈물을 보였다.

김레아는 우발 범행과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김레아에 대한 정신감정을 위해 다음 재판 기일을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에는 피고인 신문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