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에 놀란 손경식…"노란봉투법 막아달라"
경총 "힘 균형 노동계 치우쳐…노사 분규 증가"
민주당, 당론으로 노란봉투법 추진…환노위 통과
CJ대한통운, 택배노조와 4년간 법적 분쟁 중
[한국경제TV 전효성 기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그룹 회장)이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일컫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를 국회에 전달했다. 노란봉투법이 사용자 범위를 과도하게 확대하고 있어 개정안 통과시 노사간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현재 손 회장이 이끌고 있는 CJ그룹에서는 CJ대한통운이 비슷한 이유로 택배노조와 수년째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 노란봉투법, 원청기업 책임 강화…파업시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 손 회장은 25일 경총회관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의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손 회장은 "이미 노사관계의 힘의 균형이 노동계에 치우쳐 있다"며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노사간의 분규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은 "경영계에서 보내주신 반대입장을 이해한다"며 "기업의 성장동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노동자의 권리가 존중받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답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하청기업 근로자는 하청기업의 경영자와 근로자-사용자 관계를 맺는 것으로 본다. 원청은 하청기업 근로자와 이같은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개념을 확대하고 있다. 근로자에게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내용이다. '실질적 지배력'을 근거로 원청기업이 하청기업 근로자에 대한 책임이 생기는 셈이다. 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2일 민주당 등 야당의 주도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당초 25일 본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었으나 채상병특검법과 방송4법에 밀려 한차례 처리가 미뤄진 상황이다.
◇ CJ대한통운, 택배노조와 4년째 분쟁 중…손경식 "산업생태계 붕괴" 손 회장을 비롯한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반대 의사를 어느때보다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실질적 지배력을 근거로 사용자 범위가 넓어진다면 원청이 하청기업 근로자·노조와 단체교섭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어서다. 지금도 노사관계에서 교섭의 대표성을 놓고 갈등이 잦은데 여기에 노란봉투법까지 더해질 경우 교섭 대상을 정하는 단계에서부터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노사 리스크가 회사 경영의 발목을 잡게 될 공산이 크다. 실제 손 회장은 지난 24일 노란봉투법에 대한 경영계의 우려를 담은 서한을 22대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전달했다.
손 회장이 이끌고 있는 CJ그룹의 CJ대한통운은 이미 이같은 문제로 수 년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20년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원청인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택배노조는 각 대리점 소속의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노조지만 대리점주를 건너 뛰고 원청과 협상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CJ대한통운 측은 택배기사들과 직접적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다면서 택배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와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 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CJ대한통운은 이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현재는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만약 노란봉투법에서 사용자의 범위를 확장시킨다면 이같은 분쟁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HD현대중공업도 금속노조 사내하청지회와 비슷한 이유로 2017년부터 소송전을 진행 중이다.
한편,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과거 손 회장과의 인연도 강조했다. 우 의장은 "손경식 경총회장께서 이끄는 CJ그룹은 과거 택배 과로사 방지를 위해서 사회적 합의를 주도했던 경험도 있다"며 "현재 막혀있는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 크게 공감해 주실 것이라 이렇게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2021년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국회와 정부, 택배사업자, 택배노조는 작업 시간을 제한하고 배송 요금을 인상하는 등 사회적 합의에 나선 바 있다.
전효성기자 zeo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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