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타다' 기사, 프리랜서 아닌 근로자…앱 통해 업무 결정"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기사도 근로자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5일 주식회사 쏘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단했다. 대법원은 “타다 드라이버의 업무 내용을 결정하고 지휘·감독을 한 것은 쏘카”라며 기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타다는 주식회사 쏘카가 2018년 스타트업 ‘VCNC’를 100% 자회사로 인수하면서 시작한 플랫폼 서비스다. 쏘카가 기사들에게 차량을 대여해주면, 기사는 VCNC가 운영하는 ‘타다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승객을 알선받는 구조를 갖췄다. 기사는 직접 고용하지 않고 파견이나 프리랜서 방식으로 공급받았다.
A씨 역시 2019년 5월 VCNC에 인력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와 프리랜서 계약 후 ‘타다 드라이버’로 일하게 됐다. 그러나 협력업체는 두 달 뒤 “타다 본사 근무조 개편으로 인원 감축을 하게 됐다”며 A씨에게 배차에서 제외한다는 통보를 했다.
이에 A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같은 통보가 부당해고라며 구제신청을 했다. A씨는 쏘카가 ‘타다’ 앱을 통해 사실상 기사의 업무 내용을 결정했다며, 자신은 쏘카와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항변했다.
서울지방노동위는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고 보고 A씨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의 판단은 달랐다. 중노위는 “쏘카는 A씨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한 사용자”라며 A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따라서 A씨가 받은 통지는 부당해고이며, 쏘카가 해고기간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았을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쏘카는 “중노위의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쏘카 측은 회사에서 A씨를 지휘·감독한 적이 없으며, A씨가 스스로 근무시간과 장소 등을 자유롭게 선택했던 점을 들어 A씨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2심에서 1심 뒤집고 “타다 기사도 근로자” 판단
1심 법원은 쏘카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협력업체와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했을 뿐 쏘카와의 사이에는 아무런 직접적 계약관계가 없다”고 봤다. 드라이버의 출발지·목적지 등 업무 내용은 쏘카가 아니라 승객이 결정하는 것이며, 기사들에게는 콜을 거부할 권한이 있다고 봤다. 각종 매뉴얼이나 성인지 교육 역시 서비스 균질화를 위한 것이지 지휘·감독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가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A씨가 타다 앱을 통해 복장·고객응대 등에서 구체적 지휘·감독을 받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로 가시는 ○○○님 맞으신가요?” 등 각 서비스 단계에서 제공해야 하는 필수 서비스 멘트가 있었고, 정해진 대기장소에서 기다려야 하는 등 A씨가 타다 앱이 정하는 틀을 벗어나 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색 반팔티셔츠나 청바지·반바지 착용을 금지하는 복장 규정이 있으며 VCNC에서 차고지를 불시에 방문해 복장을 점검하기도 했다는 점도 ‘지휘·감독’의 근거가 됐다. 타다 앱에서 드라이버 레벨제를 시행해 특별수수료를 지급한 것은 사실상의 근무규정 준수 유인이라고 봤다.
대법원 역시 이같은 2심 판결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기사들의 임금이나 업무 내용은 사실상 쏘카가 결정한다고 봤다. 협력업체에 배포된 교육자료가 사실상 복무규칙으로 기능했으며, 자회사 VCNC가 매달 근태관리 리포트를 작성하는 등 쏘카를 대신해 드라이버를 관리·감독했다고 판단했다.
또 기사들은 근무시간과 장소에 온전한 선택권이 없었다고도 판단했다. 기사들이 원하는 날에 일하거나 쉴 수는 있지만, 타다에서 차량을 배차해야만 일을 할 수 있으므로 근무 수행 시간·장소를 최종 결정하는 건 VCNC라는 것이다. 기사들이 사용한 차량과 비품이 모두 쏘카 소유였고, 관리비를 모두 쏘카가 부담한 점도 기사들이 개인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라는 근거가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한 노무제공 관계에도 사업구조·알고리즘이나 노무관리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며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 원고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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