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커진 美통상환경 속 한국 대비책은…“반도체 등 부문별 협정 필요”
미국 대선으로 통상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미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들어설 때를 대비해 한국이 반도체 등 부문별로 한ㆍ미 양국 간 협정을 맺고 한ㆍ미 상호방위조달(RDP) 협정 체결을 서둘러 불확실성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미국 싱크탱크의 제언이 나왔다. 또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 수입품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한국은 예외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여한구 선임위원과 앨런 울프 방문연구원은 25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 ‘불확실한 미국 통상환경 속 한국의 통상정책 어젠다’를 통해 “한국은 글로벌 경제질서의 변화라는 큰 맥락을 짚어 미국 차기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대선에서 민주당 승리 시 노동자ㆍ환경ㆍ제조업ㆍ인프라 중심으로 정책화될 것이며 기후변화와 관련된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국제 협력과 ‘그린 철강’ 등이 강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화당 승리 시에는 무역수지 적자 해소가 가장 중요한 정책 우선순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엔 10% 보편관세 면제해야”
이들은 “트럼프 재집권 시 선거 캠프에서 공약한 ‘10%의 보편관세’가 한국에도 리스크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가 보편관세 면제를 받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짚었다. 이어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한ㆍ미 FTA를 재협상이 이뤄진 만큼 이제 한미 FTA는 ‘트럼프의 협정’이기 때문에 한국은 관세 면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한국이 대규모 대미 투자로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온 만큼 한국은 (10% 보편관세의) 예외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특히 반도체, 전기차ㆍ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미국의 주요 전략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이 대규모 투자를 해 왔기 때문에 양국 경제 관계의 모멘텀이 약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관세 적용 면제’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봤다.
여 선임위원은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트럼프 행정부 때 주한미국대사관 상무관을 지내며 한ㆍ미 FTA 재협상을 맡았다. 울프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차장을 지냈다.
이들은 한국 통상 어젠다로 미국 차기 행정부와 새로운 협력관계 구축을 제안하며 반도체ㆍ핵심광물ㆍ바이오산업 등 부문별 양국 협정이 우선 고려될 수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부문별 협정을 맺으면 필수품의 예상 공급 및 수요와 그에 따른 조치 협의를 통해 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며 “가령 한ㆍ미 반도체 부문별 협정은 양국에 실질적ㆍ경제적 안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향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다른 국가들의 참여로 다자간 협정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상호방위조달 협정 서둘러야”
이들은 또 “한ㆍ미 방위산업 협력의 잠재력은 매우 크지만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은 뒤처져 있다”며 “한국은 미 국방부와 상호방위조달(Reciprocal Defense ProcurementㆍRDP) 협정의 조속한 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는 현재 28개국과 RDP 협정을 체결해 무역 장벽을 낮추고 방위산업 제품에 대한 상호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파트너가 아니다. 보고서는 “미국은 방위산업에 핵심적인 철강ㆍ조선 산업 경쟁력이 중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의 긴요한 방위산업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새롭게 성장하는 시장인 글로벌 사우스로의 무역투자 다변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들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ㆍ중 간 패권 경쟁 속에 미국도, 중국도 아닌 제3의 시장으로 확대하고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성장 여력이 있는 글로벌 사우스로의 무역투자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변동성이 큰 글로벌 환경에서 한국과 같은 개방형 무역 국가에 (무역투자) 다변화는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사우스와 더 많은 FTA를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인도가 가장 중요한 대상이라고 짚었다.
이밖에 보고서는 한국 정부 당국에 ▶철강 232조 쿼터와 관련해 상호 호혜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녹색 철강’ 협상에 적극적인 참여를 모색하며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태평양 지역에 관여할 것 등을 제안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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