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AI 연구원 '엑사원 2.0' 도입하니... 계열사들도 성과 '속속'
계열사 '자체 AI 기술' 도입도 가속화, 외부 협업도 확대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기술이 올해 본격적인 사업적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엑사원2.0' 기반의 AI 기술을 도입하자 계열사의 실질적 성과도 속속 나오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 AI 연구원의 초거대 AI 기술이 LG 계열사에 점차 도입 확대되면서 계열사들도 그로 인한 비용 절감과 생산성 확대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LG AI 연구원이 설립된지 4년 만이다.
LG이노텍은 생산 공정에서 불량품을 걸러내는 '비전 검사'에 AI를 활용해 '리드 타임(Lead Time)'을 90% 단축했다. 리드 타임은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불량품 선별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걸리던 시간을 뜻한다. 보통 불량 데이터를 충분히 쌓는 과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으나, AI가 소량의 정상 데이터만 학습하고 양품 범위에서 벗어나는 이미지를 불량으로 인식하도록 해 소요 시간을 단축시키고 정확도를 높였다.
LG생활건강은 신제품 디자인 과정에 AI 기술을 접목해 6개월이 걸리는 일을 한 달로 대폭 줄였다. 미니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IMPRINTU)'는 다양한 타투 도안이 제품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회사는 최초 디자이너가 일일이 그리는 방식으로 6개월간 900개 정도의 도안을 마련했다. 이후 '엑사원 아뜰리에'를 도입해 1달만에 1000여개의 도안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현재 1만2000개의 도안을 제공 중이다.
LG화학은 사업의 핵심인 원재료를 낮은 비용으로 구매하는 AI 기술 적용 초읽기 단계다. 원재료는 시장 환경에 따라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이 낮을 때 구매하면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급변하는 시장 가격으로 인해 원재료 비용 절감이 쉽지 않았으나, AI로 최적의 구매 시점을 분석하고 예측해 연간 수십억 원 이상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외부 기관과 협력을 통한 성과 창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세계적 유전체 비영리 연구기관인 美 ‘잭슨랩’과 함께 알츠하이머 및 암의 비밀을 풀어낼 AI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발병 원인과 진행 과정을 분석하고 치료제 효과까지 예상하는 AI 모델을 개발해 개인 맞춤 치료 연구의 초석을 다질 방침이다.
연구원은 엑사원에 잭슨랩이 보유한 알츠하이머의 유전자 특성 정보와 생애주기별 연구 데이터를 학습시켜, 질병 원인을 분석하고 치료 효율성을 높일 예정이다. 또 병리 이미지만으로 빠르게 암을 진단하고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멀티모달 생성형 AI 모델'과, 개인별 유전체 정보 특성에 맞는 맞춤형 항암 치료 선택지를 의사에게 제안하는 새로운 '생성형 AI 기반 대화형 에이전트'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LG AI연구원은 특허청과 특허행정을 혁신하기 위한 초거대 특허전용 언어모델을 구축했다.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에 특허청의 특허공보 등 특허행정 관련 7종 데이터(1.78테라바이트)를 학습시킨 것이다. 특허청은 구축된 특허전용 언어모델을 기초로 특허검색, 분류 등 심사업무를 혁신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LG는 행정안전부와 협력을 통해 ‘AI 행정 지원 서비스’를 시범운영 중이다. LG CNS는 엑사원을 활용해, 행정안전부 문서를 학습해 질의응답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지난 6월 선보였다. 이는 문서 요약, 문서 초안(보도자료, 연설문 등) 작성, 문서 검색 등 일반 행정업무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령 특정 내용이 담긴 연설문이나 내부 공지 문서 작성을 요청하면 수 초 이내로 바로 작업해 제공해주는 방식이다.
LG AI연구원은 세계적인 의학·과학 분야 전문 출판사인 '엘스비어'(Elsevier)와 ‘심층 문서 이해’ 분야 연구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심층 문서 이해(DDU, Deep Document Understanding)’는 AI가 논문 및 특허 등 전문 학술 서적에서 텍스트 뿐 아니라 수식, 표, 그림 등 시각적인 요소까지 분석해, 신약과 신소재 연구자들이 활용 가능한 형태의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엘스비어가 보유한 1억건에 달하는 의학·과학 분야 논문과 특허 등 전문 문헌을 학습해 신약·신물질 개발에 필수인 재료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엑사원이 구축하게 된다.
LG 계열사들의 자체 AI 기술도 다양한 현장에 속속 적용되고 있다.
먼저 LG전자는 올해부터 전화 고객상담 시스템에도 AI를 도입했다. 해당 시스템은 고객의 음성을 텍스트로 실시간 변환해 보여줘 상담사가 고객의 이야기를 잘못 알아듣는 실수를 방지해준다. 변환된 텍스트를 바탕으로 AI가 상담 내용을 학습해 말의 맥락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때문에 빠른 대응도 가능하다. LG전자는 AI 상담 컨설턴트가 고객을 응대하는 무인상담 서비스 'AI 보이스봇'도 연내 도입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AI 기술을 통해 배터리 셀 설계 기간을 2주에서 1일로 대폭 단축시켰다. 고객사가 원하는 배터리의 주요 성능(에너지밀도·용량)을 입력하면,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셀 설계안을 추천하는 '최적 셀 설계 AI 추천 모형'을 개발했다. 현재 AI 추천 모형을 시범 적용 중이며, 10월부터 본격 활용할 예정이다. 향후 배터리 모듈과 팩 설계에도 AI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LG는 지난해부터 3년간 AI∙데이터 분야 연구개발에 분야에 3.6조원의 투자를 시작하며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전문 인력을 대폭 늘려 기술 고도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LG의 AI 전문 임원 수는 총 55명으로 30대 그룹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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