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을 베품으로 승화한 요가 강사

신예진 2024. 7. 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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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 갠지스 강에 퍼지는 나눔의 손길 이야기

지난해, 21살 신예진은 ‘희망’이라는 꽃말의 데이지를 품고 2023년 2월 26일부터 2024년 2월 25일까지, 365일동안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했습니다. 여행하며 만난 ‘삶을 이유를 찾는 여정’을 <너의 데이지>를 통해 풀어나갑니다. ‘데이지(신예진)’가 지난 1년 동안 여행하며 만난 100명의 사람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연재 기사입니다. <기자말>

[신예진 기자]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진 바라나시는 힌두교 시바신이 만든 힌두교의 성지이면서 불교, 자이나교에도 신성한 곳이다. 인도 북부 맥그로드 간즈에서 바라나시로 넘어오니 한여름 더위가 온몸에 달려든다. 길 위의 쓰레기와 풍기는 악취는 바라나시에 발을 딛은 나를 반긴다. 붐비는 인파와 끊이지 않는 경적 속, 여행자 커뮤니티 카우치서핑을 통해 연락이 닿은 소밋과 만났다.
 
▲ 소밋호스텔(Somit Paying Guest House) 입구로 가는 길 오랜 전통을 가진 바라나시의 거리는 좁은 골목의 향연이 펼쳐진다. 소밋이 운영하는 호스텔 간판 앞의 모습에서도 바라나시의 골목 정취가 느껴진다.
ⓒ 신예진
 
요가 강사이자 기부제 호스텔을 운영하는 소밋은 점성술도 한다며 본인을 소개한다. 좁은 골목을 지나쳐 도착한 호스텔의 홍보 문구가 보인다. '힌두어, 전통 요리, 바라나시 투어…' 다양한 재주를 가진 소밋은 여러 체험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그중 한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 지도 봉사 환영.'
  
▲ 소밋 호스텔 안에 붙어있는 홍보 문구 소밋은 정성 술, 힌두어, 전통 요리, 바라나시 관광 등 다방면의 재능으로 프로그램 운영 중이다.
ⓒ 신예진
 
소밋은 형편이 좋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내며 다짐한 봉사라고 말한다. 그는 호스텔 근교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슬럼가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도 지도한다.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거나,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 39명은 매일 소밋 호스텔을 찾아 교육받는다. 나누는 마음을 가진 그의 모습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어린 시절을 자세히 들려달라 묻는 내게 그는 나긋이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불행을 베품으로 승화한 꼬마 요가 강사
 
▲ 소밋이 데이지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소밋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극복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무상교육 봉사를 하고 있다. 그가 데이지꽃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신예진
 
어린 시절 교육비를 댈 수 없던 소밋의 가족은 그를 공립학교로 보냈다. 학교는 무료 교육이었지만 달마다 내야 하는 수업 외 비용이 있었다. 돈을 내지 못한 그는 선생님에게 혼나 울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같은 교무실의 요가 선생님은 소밋을 따로 불러 그의 사정을 물끄러미 들었다. 요가 선생님은 소밋에게 아시람(Ashram; 힌두교도들이 수행하며 거주하는 곳)에서 무료 요가 수업을 제안했고 10살이던 그는 학교를 나와 1년간 요가와 명상을 배웠다.

"우주에서 너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면, 그 뒤에는 분명 좋은 이유가 있어."

자신의 불행에도 배움을 얻는 그는 1년간 배움을 통해 훗날 아이들을 가르치며 돕기로 다짐했다. 이후 아버지의 가게가 있는 바라나시로 옮겨 관광객을 상대로 요가를 가르쳤다. 강 주변 호텔 방을 무턱대고 두드려 요가 수업을 홍보하는 꼬마 요가 강사가 된 것이다.

점차 그의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는 홀로 번 돈으로 사회학 석사까지 공부를 마쳤다. 졸업 이후에도 도움이 필요한 이를 만나며 어린 시절에 꿈꾼 '베푸는 삶'을 잊지 않았다. 스스로 가난을 뛰어넘어 얻은 배움을 사람들에게 나누는 소밋. 인간은 모두 죽기에 삶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본인의 불우한 환경을 나눔으로 바꾼 그에게 삶의 이유를 물었다.
 
▲ 소밋호스텔에서 함께 교육봉사를 진행하는 모습 교육의 그늘에 있는 아이들은 매일 소밋호스텔을 찾아 교육받는다. 나는 호스텔에 머무는 동안 봉사자가 되어 아이들에게 태권도와 춤을 가르쳤다.
ⓒ 신예진
 
"내 삶의 이유는 카르마야. 나는 카르마를 위해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할 거야.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불러오기 위해 계속해서 나의 일을 해 나갈 거야."

그는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교육이라 강조한다. 스스로 번 돈으로 학업 정진에 분투한 그가 얻은 깨달음이다. 소밋의 존재 자체로 인간의 가치, 나눔의 손길을 배운다.

어느덧 흐른 시간에 아이들은 재잘재잘 떠들며 소밋에게 인사한다. 밝게 웃는 아이들에게서 바라나시에서 요가를 가르치던 꼬마 소밋을 떠올린다. 갠지스강 잔잔한 물결에 떠오르는 일출처럼 꼬마 소밋의 꿈이 아이들 미소와 함께 떠오른다.

덧붙이는 글 | 소밋이 운영하는 아이들 돌봄 봉사 프로그램 관련 정보는 아래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 홈페이지: https://varanasiindiango.jimdofree.com/?fbclid=IwZXh0bgNhZW0CMTAAAR3IwIZJ2JAn6GX_2CGu1Ip6pvqk7dUuxk80rNA8xTq_O2O9qkl0quoYo4E_aem_pyBnRuRLZnBH0SwW4e-bkw - 블로그: https://varanasivolunteer.blogspot.com - 문의 왓츠앱: +91 98391 05112 해당 기사의 원본 이야기는 기사 발행 후 기자의 브런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aisyp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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