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주도권' 잡은 SK하이닉스…4분기 HBM3E 12단 공급한다
HBM 리더십 박차
12단 샘플 고객사에 제공
내년 하반기 HBM4 12단부터 출하
낸드 eSSD 판매 확대
3분기 낸드 가격 15~20% 오를 듯
올해 연간 영업이익 24조원 추정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올해 4분기부터 5세대 HBM인 HBM3E를 고객사에 공급한다. 6세대인 HBM4는 내년 하반기 12단부터 출하할 방침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25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BM3E 12단 제품 샘플을 이미 수요 고객에 제공했고 계획대로 이번 분기(3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4분기 고객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2분기에 HBM3E 출하를 크게 확대해 3분기에는 HBM3E 출하량이 HBM3(4세대)를 크게 넘어설 것"이라며 "올해 HBM3E 출하량은 전체 HBM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의 '큰 손'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 온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메모리 업체 중 최초로 5세대 HBM인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출시 로드맵이 앞당겨지며 SK하이닉스의 HBM3E 납품 효과가 빠르게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컨퍼런스콜에서 "고객사 GPU 신제품 출시 주기가 단축되면 AI 시장 규모가 확산돼 HBM 제품 수요 증가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술 경쟁력, 풍부한 양산 경험, 스킬 등 모든 역량을 섭렵한 '리더'에는 오히려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영업 기밀로 꼽히는 HBM 수율(양품 비율)을 외부에 공개하는 등 경쟁사 대비 기술 우위와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최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는 HBM3E 수율이 80%에 근접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경쟁업체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향후 1∼2년 동안 매출 선두 자리를 내줄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에도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온디바이스 AI를 지원하는 PC 및 모바일 제품이 출시되면서 고성능 메모리 판매가 늘어나고, 일반 메모리 제품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HBM4를 내년 하반기 12단 제품부터 출하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HBM4 16단 제품은 2026년 수요가 발생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이를 위해 개발할 예정"이라며 "어드밴스드 MR-MUF와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낸드에서는 수요가 커지고 있는 고용량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분기 SK하이닉스의 낸드 실적은 eSSD와 모바일용 제품 위주로 판매가 확대됐으며, 이 중 eSSD는 1분기보다 매출이 약 50%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낸드플래시 시장의 회복세도 호재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5~20%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HBM과 낸드 양날개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간 최대 실적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해 7조7303억원의 적자를 냈던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2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슈퍼사이클'이었던 2018년의 영업이익(20조8440억원)보다 큰 규모다. 영업이익률도 3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발간한 메모리 산업 보고서를 통해 올해 D램 매출을 작년보다 75% 증가한 907억달러, 낸드플래시 매출을 77% 증가한 662억달러로 각각 관측했다. 특히 내년 메모리 매출은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D램과 낸드 매출 전망치는 각각 올해보다 51%, 29% 늘어난 1365억달러, 786억달러다. 올해 3분기 DDR5 D램의 평균판매단가는 8~13% 상승할 것으로 봤다. 기존 D램 가격은 5~10%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D램 가격이 상승에 따라 회사의 실적 개선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우현 부사장은 "수익성 중심 투자 기조하에 2분기 동안 필수 투자를 진행하면서도 1분기 대비 4조3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줄일 수 있었다"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최선단 공정 기술과 고성능 제품 개발에 매진해 AI 메모리 선도기업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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