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 갈리는 마블 '청불' 영화, 확실히 본전 뽑는 법
[김상화 기자]
▲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이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블 최초의 R(청소년 관람불가)등급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이 드디어 한국 관객과 만났다.
24일 전국 동시 개봉된 <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로 편입된 <데드풀> 시리즈의 3편이자 <엑스맨> 인기 캐릭터 '울버린'의 컬래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지난 몇 년 사이 마블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았다. 극장판 영화와 OTT 시리즈를 연계시킨 '멀티버스' 소재의 이야기들은 더 이상 관객들을 대형 스크린 혹은 모바일 화면 앞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등 지지부진 그 자체였다. 그나마 <스파이더맨> 관련 작품들만 선전을 펼쳤지만 기대를 모았던 <토르>, <앤트맨> 등 기타 시리즈 작품들은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마블은 하나의 '치트키'를 동원했다. 바로 <엑스맨> 최고의 인기 캐릭터 울버린을 재소환한 것.
울버린은 지난 2017년 영화 <로건>을 끝으로 팬들과 작별을 고했다. 사실상 막을 내린 작품에 캐릭터까지 다시 극장 안으로 끌어들여야 할 만큼, 마블의 현재는 SOS 신호를 애절하게 내보내는 난파선마냥 휘청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원래 <데드풀> 시리즈는 마블 코믹스의 대표 캐릭터 기반의 작품이다. 20세폭스 제작으로 극장에 걸렸지만 디즈니가 마블에 이어 폭스를 인수하면서 뒤늦게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됐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우려했던 부분은 <데드풀> 특유의 19금 개그와 내용의 퇴색이었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디즈니'의 큰 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극의 캐릭터가 과연 어떻게 MCU 무대에서 제 구실을 할지 주요 관심거리 중 하나였다.
결국 마블의 선택은 기존 노선의 유지였다. 이를 위해 <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 첫번째 '청불 영화'라는 꼬리표를 달고 완성됐다.
기존 데드풀을 사랑했던 입장에선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디즈니라는 특유의 이미지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자유로운 창작의 환경이 조성되면서, 숀 레비 감독과 공동제작까지 겸한 주연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는 그 어느 때 이상으로 활기 넘치게 극을 이끌어간다.
어벤스의 일원이 되고자 해피 호건(존 파브로 분)의 인사 면접을 봤지만 탈락 후 실적 없는 중고차 세일즈맨이 된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 분)에겐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자신을 잡기 위해 시간변동관리국(TVA) 요원들이 급습을 단행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속한 시간 라인이 조만간 붕괴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친구들과 유니버스는 모두 소멸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를 막기 위해 데드풀은 다양한 평행 우주를 넘나들면서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 울버린을 찾아 정처없는 시간 여행에 돌입한다. 그런데 울버린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인물들로 각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
어렵게 뜻이 통하는 울버린과 간신히 의기투합했지만 이들 앞에는 예상치 못했던 악당이자 찰스 자비에 교수의 쌍둥이 남매 카산드라 노바(엠마 코린 분)가 존재했다. 온갖 방해를 뚫고 데드풀과 울버린은 파괴 작전의 시간 라인을 구해낼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이야기 구성에서 적극 활용된 것은 역시나 최근 MCU의 뿌리 역할을 담당 중인 '멀티버스'였다. 덕분에 우리는 안타깝게 작별을 고했던 울버린과 반가운 재회를 이룰 수 있었다.
반면 불친절한 이야기 구성이라는 또 다른 문제점도 드러났다. 복잡한 시간 라인을 관리하는 기구인 TVA는 디즈니플러스의 드라마 시리즈 <로키> 시즌1과 시즌2의 주요 배경이 되고 있지만 OTT 작품을 시청하지 않은 입장에서 <데드풀과 울버린>을 보게 된다면 "이게 대체 뭔 소리야?"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관객뿐만 아니라 국내 언론 리뷰기사조차 엇갈린 반응이 쏟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데드풀> 특유의 잔혹함과 넘쳐나는 미국식 19금 유머의 대향연 또한 마찬가지다.
▲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비록 평단과 관객들의 극과극 반응이 쏟아지고 있지만 <데드풀과 울버린>은 이에 아랑곳 없이 MCU를 향한 아낌없는 셀프 디스와 개성 넘치는 유머로 객석을 사로잡는다. 이것만으로도 극장을 찾아온 관객들은 본전 이상의 재미는 확실하게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매드맥스> 퓨리오사를 찰지게 패러디하는가 하면 디즈니로 인수되면서 사라진 20세기 폭스의 로고를 마치 <혹성탈출> 속 배경 같은 사막에 등장시키는 재치가 돋보인다. 주연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캐나다)과 휴 잭맨(호주)의 국적 및 사생활을 여과없이 활용하는 입담 액션은 여전히 이 작품을 여타 마블 시리즈와 구분 지어 놓는 강점으로 손꼽을 만하다.
영화 중반부 이후엔 마블 혹은 히어로 액션영화를 사랑했던 관객들을 위한 반가운 선물도 마련했다. <엑스맨> 속 다양한 조연 캐릭터들 뿐만 아니라 <엘렉트라>, <데어데블>, 그리고 영화화가 무산된 <갬빗>의 주연배우들인 제니퍼 가너, 웨슬리 스나입스, 채팅 테이텀을 소환하는 기발한 캐스팅으로 예상외의 볼거리를 마련한 것. 뿐만 아니라 마블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탠 리 카메오 출연' 역시 이번에도 기발한 방식으로 선보여 감탄을 자아낸다.
▲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귀를 즐겁게 만드는 올드팝의 대향연 역시 이번 3편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각종 CF와 드라마, 영화 속에서 자주 들어왔던 'Only You' (플래터스)를 시작으로 케이팝 아이돌 뺨치는 데드풀의 댄스를 즐길 수 있는 'Bye Bye' (엔싱크), 울버린과 데드풀의 못말리는 육탄전에서 활용된 'You're The One That I Want'(올리비아 뉴튼 존) 등은 재치 넘치는 선곡으로 손꼽을 만하다.
특히 수십여 명의 데드풀들과 펼치는 혈투 속 울려퍼지는 마돈나의 명곡 'Like A Prayer', 엔딩 크레디트를 장식하는 <엑스맨> 메인 테마 등은 묘한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한편, 영화가 끝난 후 등장하는 엔딩크레디트 속 쿠키 영상은 총 2개다. 한 가지는 데드풀이 등장하는 개그 성격 영상물로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지만 다른 한 가지는 의외의 구성으로 즐거움을 안겨준다. 바로 <엑스맨>, <판타스틱4> 등 과거 폭스 시절 제작했던 마블 영화의 옛 메이킹 영상 편집본이다.
한창 젊은 시절의 휴 잭맨, 앳된 얼굴의 크리스 에반스 등과의 재회는 옛 폭스표 마블 영화의 전통을 우리가 되살리겠다는 2024년 마블의 새로운 다짐처럼 비치기도한다.
덧붙이는 글 |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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