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등돌린 주주, 잃어버린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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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두산그룹이 발표한 사업구조 재편안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전날 두산 측에 합병 등에 대한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면서 실행이 늦춰지게 됐다.
재편안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합병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SK그룹이 일주일 전 내놓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계획도 많은 소액 주주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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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불리한 합병" 불만
2주 전 두산그룹이 발표한 사업구조 재편안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전날 두산 측에 합병 등에 대한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면서 실행이 늦춰지게 됐다. 재편안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합병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들 회사에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보완하라는 게 정정요구의 이유다. 최근 주주들의 반발이 커지자 당국에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이 일주일 전 내놓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계획도 많은 소액 주주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발표 이후 주가는 연일 하락하고 회사가 제시했던 장밋빛 전망이나 계획은 그 색이 바래고 있다. 회사를 잘 키워줄 것이라고 경영진을 철석같이 믿고 있던 주주들은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에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주가 추이만 봐도 양 그룹 계열사 재편안에 대한 실망을 확인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예정가격을 밑돌고 있다. 두산밥캣은 물론 두산밥캣을 분할해야 하는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도 주식매수청구권보다 낮다. 주주들의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지금,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들이 늘어나면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상당수 외국인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시민단체들도 한목소리로 이번 재편안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정치권에선 이번 논란의 핵심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인 소위 ‘두산밥캣 방지법’까지 발의됐다. 나아가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확산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양상이다.
기업들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내세우면서 이번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 ‘불법’은 없다고 주장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 상장사끼리 합병 또는 주식 교환을 할 때 주가를 기준으로 주식가치(합병가액)를 산정하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에서 정해진 대로 합병가액을 산정했을 뿐인데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 기업으로써는 억울한 심정을 토로한다.
물론 상장사의 기업 가치, 즉 주가는 시시각각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합병을 시도하더라도 항상 시빗거리는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대주주에 유리하고 소액주주에 불리한 이 시점에 왜 합병을 결정했는지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SK와 두산그룹은 사업 전환이라는 변곡점에 서 있다. 배터리와 로봇이라는 미래 신사업을 선택했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사업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많은 소액 주주 가운데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 논란으로 두 그룹은 많은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를 잃게 됐다. 앞으로도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는 기업들엔 교훈으로 남게 됐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철학에 따라 기업을 선택하게 된다. 우리가 할 일은 이번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급히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다. ‘국장(한국증시)’을 떠나게 만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더 이상 반복해선 안 된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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