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의 반이 풋살 선수인 학교가 있습니다
[황동환 기자]
전교생 45명, 풋살부 선수만 20명
2022년 여자·남자부 각각 10명 창단
교사 "학생 인격적 성숙 보고 보람 느껴"
전교생 절반 가까운 학생이 풋살 선수로 활약하는 초등학교가 있다.
농촌 지역 소규모 학교인 조림초등학교(충남 예산군 신암면 조곡리)는 전교생이 45명 가운데 20명이 풋살 운동에 푹 빠져 있다.
학교는 선수 육성 목적이 아닌 학생들의 전인 교육의 일환으로 풋살부를 운영하고 있다. 비록 취미활동 수준이지만 학생들과 지도 교사, 코치 모두 풋살 구장에 들어서면 열정만큼은 국가대표 선수 못지않다.
교장·교사·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은 이런 학생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기만 하다.
조림초 21회 졸업생이기도 한 김미향(58) 교장은 "풋살부는 방과후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풋살을 하고 싶어 아예 전학 온 아이들이 2명이나 있을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좋다"고 말한다.
▲ 조림초 풋살부. |
ⓒ <무한정보> 황동환 |
▲ 조림초 풋살부. |
ⓒ <무한정보> 황동환 |
2022년 4월 창단할 때 숫자 그대로다. 선수 지도는 교내에서 4학년 담임 강요나(39) 교사가 맡았고, 황새FC 축구감독이 방과후프로그램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강 교사는 "학교에 태권도부가 있었지만, 2021년까지 방과후 선생님을 구할 수 없었는데, 마침 축구 방과후교사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하지만, 무엇보다 초등학교 때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경험, 대학생 때 축구 동아리 활동을 했던 경험이 결국 조림초 풋살부 창단으로 이어졌다.
그는 "어렸을 때 배웠던 축구 훈련시스템을 학생들에게 접목시키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풋살 종목을 선택했다"며 "선수 모집할 때 남학생들은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여자부는 운동신경이 좋아 보이는 친구들이 안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설득이 이뤄졌다"고 창단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풋살 하고 싶어 전학 오기까지... "올해 목표는 도대회 우승"
스포츠클럽 풋살 대회는 1학기 때 군대회 우승팀이 도대회에 출전하고, 도대회 우승팀이 전국대회에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풋살부는 유니폼·풋살화 등 장비 지원과 교육공동체의 응원에 힘입어 눈에 띄게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풋살부는 창단 원년에 출전했던 군대회서 남자부가 3위, 여자부가 1위를 차지했다. 도대회 출전한 여자부는 결승전에서 대전초등학교에 석패하긴 했지만 단숨에 도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군대회에선 남자부가 2위를 차지했고, 여자부는 1위를 차지해 도대회 재도전해 3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 6월 26일 군대회인 교육장배 학교스포츠클럽 풋살대회에서 남자부가 준우승을 했고, 여자부는 우승을 차지하면서 3년 연속 도대회 출전 기회를 거머쥐었다. 학교는 학생들이 안전한 훈련을 위해 지난해 가을엔 학교 운동장에 전용 풋살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오는 2학기 도대회 출전 준비를 위해 점심시간 때마다 무더운 날씨에도 비지땀을 흘리며 훈련에 열중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정예서(5) 양은 "슛하는 게 너무 멋져 보여서 한번 해볼까 하고 시작했어요. 어렵긴 한데 성취감이 있어 좋아요" 곽보미(5) 양은 "4학년에 시작했어요. 공 차는 것도 좋아하고 막는 것도 좋아해요. 무엇보다 방과후를 뺄 수 있는 게 좋아요. 운동을 한 뒤로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아요" 조경은(5) 양은 "3학년 때 언니 오빠들이 공 차고 골을 넣는 게 좋아 보여서 시작했어요.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다리 힘도 좋아지고 기분도 좋아졌어요"라는 소감을 전했다. 세 학생 모두 지난해 풋살을 시작했다.
언니가 먼저 축구를 했다는 허예은(5) 양은 "제가 워낙 공차는 것을 좋아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딱히 힘들지 않아요. 포지션은 오른쪽이나 왼쪽 수비를 맡게 될 것 같아요"라며 밝게 웃었다.
창단 멤버인 손하경(6) 군은 "작년과 올해 군대회에서 MVP 상을 받았어요"라고 자랑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손 군은 "몇 개월 축구학원을 다니긴 했는데, 풋살이 체력소모가 적어 선택했어요. 체력과 반사신경이 늘어난 것 같아요"라는 목소리가 활기차다.
전태수(5) 군은 "3학년 때 방과후프로그램을 체험하고서 재미있어 4학년 때 시작했어요. 포지션은 수비예요. 슛과 드리볼이 재미있어요"라고 말하며 웃는다.
이승현(5) 군은 풋살을 하고 싶어 태안 대기초에서 학교를 옮긴 학생이다. "2학년 때 처음 풋살을 알게 됐어요. 축구를 좋아해요. 외국 선수는 음바페, 국내선수는 손흥민을 좋아해요. 이강인 선수의 프리킥을 닮고 싶어요"라는 말을 전했다.
▲ 선수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훈련하고 있다. |
ⓒ <무한정보> 황동환 |
2학기 여자부 도대회 출전 준비에 여념이 없는 강 교사는 "남자부는 큰 학교와 작은 학교와의 차이가 있어 한계가 있지만, 여자부는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다"며 "추석 전에 대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결승 진출이 목표다. 재작년 대회에서 강호 대전초와 결승전에서 붙어 석패했다. 올해는 결승에서 만나 설욕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교장은 "스포츠는 (학생들의) 에너지를 발산하게 하고, 학생 스스로 서로가 하나가 되는 친화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래끼리, 형이 동생들을 배려하고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인성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을 더 값지게 생각한다. 그야말로 학교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라고 뿌듯해했다.
강 교사도 "여러 학년이 섞여 있다 보니 예전엔 학년별로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갈등이 허물어졌다"며 "인격적으로 조금 부족했던 아이들이 함께 운동하고 대회에 출전하는 경험을 통해 후배들을 보듬고 품어주는 모습을 봤을 때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말한다.
드리블로 강 교사를 제치고 힘차게 찬 공이 골문 안으로 들어간 곳을 보던 한 학생이 두 팔을 벌리며 환호성을 지른다. 뒤 이어 자신의 차례가 된 다른 학생이 슛 준비를 하며 송골송골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팔뚝으로 아무렇지 않게 훔친다. 거창한 설명이 필요 없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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