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당국 '다운사이징 밴' 3社 적격비용 따져본다

최동현 2024. 7. 2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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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 밴' 둘러싸고 8년간 갈등 이어져
업계 "적격비용 제대로 산정했는지 살펴야"
금감원 조사 토대로 금융위 최종 판단 내릴 예정

금융당국이 '다운사이징 밴'(Downsizing VAN·전용승인 대행업무) 서비스를 운영하는 밴(VAN·부가통신업자)사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결제 시장에서 이들이 파격적인 수수료로 대형가맹점을 확보하며 영향력을 키우자 우회 리베이트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따져보겠다는 계획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스마트로(Smartro)·코밴(Kovan)·코세스(Koces) 등 국내에서 다운사이징 밴을 운영하는 밴사 3곳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들이 적격비용 산정을 제대로 했는지 등을 파악 중"이라며 "조사 결과가 정리되면 관련 사안을 금융위원회로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밴사는 카드사를 대행해 가맹점을 대상으로 승인중계·매입·종이전표 수거 등 결제 프로세스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업체다. 다운사이징 밴은 여기서 승인중계 핵심 기능만 따로 떼어내 구축한 서비스다. 카드사들이 다운사이징 밴을 적용하면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예컨대 스타벅스와 같은 가맹점이 일반 밴시스템을 쓸 경우 카드사가 고객 결제 건당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40원이지만 다운사이징 밴을 쓰면 10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문제는 카드사가 다운사이징 밴을 적용해 낮춘 수수료를 활용해 스타벅스·홈플러스 등과 같은 가맹점에 가맹점수수료를 할인해주는 대신 다운사이징 밴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밴업계에서는 이를 리베이트와 다름없는 사업방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스타벅스·스타필드·홈플러스·다이소 등 대형가맹점은 일찍이 다운사이징 밴으로 갈아탔고 다른 가맹업체들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다운사이징 밴이 리베이트인지 여부는 2016년 삼성카드와 홈플러스가 해당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후부터 불거졌다. 금융위는 당시 해당 사업 방식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듬해 금감원도 코세스를 조사해 사실상 여전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크게 반발하자 이후 금융위는 다운사이징 밴이 리베이트 금지 행위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바꿨다. 다만 ‘밴 수수료 절감액이 대형가맹점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반영해 객관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수준의 절감액을 초과해 과다하게 책정됐다면 밴 수수료 절감액에서 부당하게 과다 책정된 금액은 가맹점수수료율 산정에 반영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후에도 다운사이징 밴을 둘러싼 잡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수준의 절감액'이 업계 자의적으로 해석될 만큼 모호하게 받아들여져 되레 갈등이 커졌다. 다운사이징 밴을 운영하지 않는 밴사는 카드사가 대형가맹점에만 혜택을 몰아줘 상대적으로 약자인 밴사의 수익이 급감했다는 입장이다. 한 밴사 관계자는 "한 대형가맹점이 다운사이징 밴으로 갈아타면서 월 6억원이던 매출이 이젠 10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며 "밴사뿐 아니라 이와 연관된 대리점들까지 최근 줄폐업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밴사 관계자는 "코세스처럼 카드사들이 지분의 대부분을 보유한 밴사가 다운사이징 밴으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면서 "주요 밴사 13곳 중 단 3곳만 다운사이징 밴을 한다는 건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고 사업성이 낮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카드사들은 다운사이징 밴으로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IT 결제 관련 절차를 효율화해 비용을 절감했고 이를 토대로 가맹점수수료를 할인한 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금감원 조사에서 다운사이징 밴 3사가 그동안 적격비용을 제대로 산정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여전법상 적격비용이 비용 절감액만큼 반영돼 밴수수료가 낮아졌는지가 리베이트 여부를 가르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가 최종 결론을 내는 건 아니고 이후 금융위가 전문가와 논의 등을 거쳐 최종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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