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7000억 들인다는 제주 종합스포츠타운, ‘주객전도’ 논란
경기장 기능 축소… 육상·수영장 규격 미달
호텔·면세점 등 수익사업도 현실성 의문
“기존 시설이 낡았잖아요. 새로운 시설이 들어서면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아요.” “크게 지으려다보니 이것저것 수익날 만한 시설을 다 갖다 붙인 거 아닌가요. 큰 돈을 들이지만 정작 사업 목적은 불분명해 보여요.”
제주도가 1960~80년대 지어진 제주종합경기장을 철거해 스포츠·문화·관광시설이 집약된 종합스포츠타운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사업이 논란이다.
대규모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자본 유치를 위한 각종 수익사업을 집어넣다 보니 경기장 기능은 오히려 축소되고, 수익사업은 수익사업대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제주종합스포츠타운 조성사업은 제주시 오라동 제주종합경기장 일대 22만1618㎡에 총사업비 7030억원을 투입해 복합엔터테인먼트센터와 야구장, e스포츠경기장 등 각종 경기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은 3단계로 추진되는데, 총 사업부지의 21%를 차지하는 복합엔터테인먼트센터가 핵심이다. 바닥면적 4만7881㎡에 4층 규모로, 이 안에는 1만5000석 규모의 축구경기장과 3500석 규모의 실내체육관, 50m 길이 10개 레인을 갖춘 수영장, 헬스장 등이 들어선다.
도는 1단계(2026~2029)로 기존 종합경기장과 실내수영장 건물을 허물어 복합엔터테인먼트센터와 중앙광장을 조성한다. 전체 사업비의 대부분인 6000억~6500억원이 이때 투입된다. 2단계(2030~2032)로 야구장 리모델링과 정구장·파크골프장·e스포츠경기장·프로당구 전용 경기장 조성을 추진하고, 3단계(2033~2035)에서 농구장·풋살장·실내테니스장·청소년 체육시설 등을 조성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개발 방식은 상업시설은 기업이, 체육시설은 지자체가 짓는 ‘제3섹터 개발방식’과, 기업주도 개발방식 두 가지가 제시됐다.
복합엔터테인먼트센터의 중심은 1층에 들어서는 1만5000석 규모의 축구경기장이다. 용역진은 기존 주경기장을 철거한 후 축구경기장을 조성해 프로축구 경기와 e스포츠 경기를 유치하고, 콘서트 등 각종 야외행사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센터 2층에 들어서는 3500석 규모의 실내체육관에서는 프로배구 올스타전이나 코보컵, 농구 FA 컵 등 이벤트 경기를 유치해 유료 관중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각 경기당 유료관중 2만명을 예상했다. 4층에는 50m 10개 레인을 갖춘 수영장과 헬스장이 조성된다. 센터에는 2000석 규모의 컨벤션과 140실의 호텔이 경기장과 함께 조성된다. 용역진은 컨벤션에 매년 30~50회 이상의 각종 학술대회와 포럼을 유치하고, 호텔은 컨벤션 이용자나 스포츠 경기 참가자, 동계전지훈련 선수가 숙박하는 곳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종합스포츠타운 구축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용역진은 총 7030원의 예상사업비 중 5000억원 이상을 민간자본으로 유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용역에는 다양한 수익 창출 모델이 포함됐다. 용역진은 수영장과 실내체육관 등 시설에서 연간 270억원의 사용료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복합엔터테인먼트센터 1층에 복합면세점 구역을 만들고, 지하 2층 주차장에 렌터카 업체를 유치하는 등 영화관, 마트, 스포츠 매장, 푸드코트에서 상당한 임대료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통해 점차 늘어나는 생활체육인들에게 새로운 시설과 편의를 제공하고, 전지훈련팀이나 각종 경기 유치를 통해 관광·문화가 결합된 초대형 종합스포츠타운이 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제주도가 2차 중간 보고회를 개최한 다음 날 제주녹색당은 성명을 내고 “도민의 삶을 외면한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녹색당은 “도내 숙박업체가 포화 상태이고 칼호텔 등 기존에 운영하던 호텔들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공공 부지에 호텔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은 황당하다”며 “기후위기 시대 필요한 것은 더 큰 규모의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설물을 그린 리모델링하고 시민들이 질 좋은 공공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시설과 재원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의회에서도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이달 17일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회의에서 고태민 의원은 “제주도민과 제주체육을 위한 설계가 아니고, 스포츠 시설과 부대시설 간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고 혹평했다.
체육인 출신의 홍인숙 의원은 “용역진은 종합스포츠타운 건립으로 소화할 수 있는 스포츠 종목이 기존 12개에서 19개로 늘어난다고 하지만, 국제규격에 맞는 대회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실제 이번 2차 중간보고회 내용을 보면 육상, 수영 등 스포츠 기본 종목 시설이 국제 규격에 미달한다.
육상경기장은 공식 규격인 400m 트랙이 없고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 간 간격이 50m를 초과해 대규모 대회를 치를 수 없다. 수영장은 다이빙장과 관람석이 없어 시도연맹이 주최하는 지역 경기조차 유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축구경기장 활용도 논란이다. 용역진은 프로축구 제주유나이티드 홈경기를 연 9회 치르는 등 활용처를 찾는다는 계획이지만, 빈도를 고려할 때 효율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축구장 천장을 덮어 날씨에 관계없이 다양한 행사를 유치한다는 대안도 제시하지만, 이는 인조잔디를 깔았을 때 가능하다는 전제가 따른다. 축구경기를 위해 천연잔디를 깔면 용도가 경기로 한정되고, 잔디 교체 비용만 매년 20억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 창출 방안과 수익액 산출 방식을 놓고도 지적이 잇따른다. 공항만에 입점한 면세점까지 모아 복합 면세구역을 만든다는 발상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수영장 예상이용객을 1레인당 18명씩 기계적으로 계산해 하루 2520명으로 산출하는 등 시설수용인원 산출 근거가 부족해 총 매출액이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제주=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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