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대 범죄자’ vs ‘국경 재앙 책임자’…美대선 프레임전쟁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양측의 새로운 대선 전략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검사와 범죄자’ 프레임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단점을 부각하는 메시지를 발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막말 본색을 드러내며 해리스 부통령에게 ‘바이든 행정부 정책 실패의 책임자’ 꼬리표를 다는 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양측 지지층들이 결집하고 있는 가운데 캐스팅보터인 중도·무당파 유권자 영향력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흑인 여대생 단체 ‘제타 파이 베타’ 모임 연설에서 “우리는 미래의 비전과 과거의 비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극단주의자들은 우리를 (과거로) 다시 데려가려 하지만 우리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전역에서 우리가 힘들게 싸워 얻은 자유와 권리에 대해 전면적인 공격이 자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표의 자유, 총기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여성이 자신의 몸에 관한 결정을 내리고 정부가 지시하지 않는 자유”를 강조했다.
‘미래를 위한 선택’ ‘극단주의자들과의 싸움’은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22일부터 진행한 3차례 연설(선대본부, 밀워키 위스콘신,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공통으로 언급된 핵심 키워드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의 검사 시절 경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평결 등 사법리스크를 비교했고, 낙태권 보호와 중산층 강화를 위한 민주당 복지공약을 보수 싱크탱크 집권 어젠다인 ‘프로젝트 2025’와 대비했다.
해리스 캠프의 젠 오말리 딜런 선대위원장은 이날 메모를 통해 “해리스는 조 바이든이나 트럼프보다 덜 알려져 있고, 특히 민주당 성향의 설득 가능한 유권자를 추가확보 할 수 있다”며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에 몰표를 보냈던 흑인, 히스패닉, 30대 이하 젊은 층 유권자를 재결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검사 출신인) 해리스는 트럼프에 책임을 묻을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서 있다”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밋 롬니 등 공화당 대선주자들의 정책 고문을 맡았던 아빅 로이는 “그동안 트럼프는 ‘바이든이 너무 늙어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전제하에 선거운동을 해왔다”며 “해리스가 정책 중심 캠페인을 펼칠 때 대응을 지켜보는 건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호감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민주당 정책이 전면에 등장할 경우 선거 양상이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친 막말로 해리스 부통령을 비난하며 네거티브 선거전략으로 복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역사상 가장 무능하고 최악인 극좌파 부통령” “바이든 재앙의 배후이며 우리나라를 파괴할 급진적인 좌파 미치광이” 등으로 불렀다. 100분 가까이 진행된 연설 대부분을 해리스 부통령 비난에 할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선거가 조작됐다고 말해서 전기의자에 앉아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불법 이민자들이) 누군가를 강간해 죽이고, 개울에 버리면 괜찮다고 한다”며 “우리는 더는 이런 사람들이 국가를 다스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는 출산 직전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출산 후 아기도 처형하려 한다”는 거짓 주장도 폈다. 또 “해리스는 사기꾼 조의 정신 건강을 은폐하며 뻔뻔스럽게 대중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에 대한 투표는 부정직, 무능, 약함, 실패에 대한 것이며 트럼프에 대한 투표는 리더십 역량, 상식, 힘의 회복을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은 바이든의 약점을 해리스에게 떠넘기고 싶어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한 공화당 주요 인사와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최근 해리스 부통령을 상대로 한 발언에는 ‘국경 실패의 책임자’ ‘인플레이션 파괴자’ 등의 표현이 담겼다.
앤디 오글스 하원의원은 전날 해리스 부통령 탄핵안을 제출하며 “그는 남부 국경 위기를 대처하는 데 있어 심각한 무능으로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수십만 명의 미국인이 남부 국경을 넘어 들어온 불법 마약에 중독됐고, 수많은 여성과 어린이가 (불법 이민자로 인해) 강간과 살해를 당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워크(woke·진보 운동을 비꼬는 말) 언론이 해리스를 새롭게 정의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구도는 박핑 판세로 돌아왔다. CNN 방송이 여론조사 기관 SSRS에 의뢰한 조사(지난 22~23일 등록유권자 1631명 대상)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각각 46%, 49%였다.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양자대결 격차(6% 포인트)보다 좁혀졌다. 미국 공영매체 NPR과 PBS가 마리스트와 공동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45%로 트럼프 전 대통령(46%)에 1% 포인트 낮았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우 강경준, 사실상 불륜 인정 “내 부덕함 탓”
- “자녀 넷 낳으면 무상주택”… 법으로 강제한다
- “초등생 아이 폰에 이런 게…” 놀이문화 된 ‘챌린지 음란물’
- “25일이 뭡니까”… 구속 기로서자 사과한 ‘얼차려’ 중대장
- “제발 해치지 마세요” 흑인 여성 신고자, 백인 경찰 총에 숨져
- “생존 확률 3%였대요” 8차선 도로 위, 시민 살린 경찰 [영상]
- ‘욕 너무 먹네…’ 동탄서, 결국 자유게시판 폐쇄
- 허웅 전 여친, ‘은퇴 선언’ 카라큘라 고소…명예훼손 혐의
- 구제역에게 쯔양 정보 넘긴 변호사 “너무 후회된다”
- 대통령실, 이원석 “원칙 안 지켜졌다” 발언에 “검찰 내부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