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성평등 올림픽"이라지만…女감독은 어디에?[파리올림픽]

정현진 2024. 7.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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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년 만에 선수 남녀 성비 동일
"여성 스포츠의 거대한 도약" 평가
감독·코치진 女비율 25% 불과 지적

오는 26일 개막하는 2024 파리 올림픽은 사상 첫 성평등 올림픽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출전하는 성별 선수 비중이 50대 50으로 완전히 같기 때문이다. 여성이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1900년 이후 124년 만으로 "여성 스포츠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부 종목은 특정 성별만 출전 가능한 데다 감독·코치진은 남성으로 가득한 상황이라 완전한 성평등을 달성하기까지는 갈 길이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1900년 첫 여성 선수 출전…32개 종목 중 28개 성별 구분 사라져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올림픽을 넉 달 앞둔 지난 3월 파리올림픽에 참가하는 206개국 1만500명의 선수 중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50대 50으로 처음 동일하게 맞춰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올림픽, 그리고 스포츠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려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는 오랜 기간 남성의 영역이라 평가받아왔다. 고대 올림픽이 열리던 시기에는 여성의 경기 참가는 물론 경기장에 입장하는 것조차 금지됐다. 1896년 처음 올림픽이 개최됐던 당시에도 IOC를 창립한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여성의 경기 참가를 금지해 결국 여성 선수는 등장하지 못했다.

올림픽에 여성 선수가 처음 출전한 건 두 번째 올림픽이 열린 1900년 파리에서였다. 테니스, 골프 등 5개 종목에 22명의 여성 선수가 참가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 선수 비중은 전체 선수(975명)의 2.2%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서서히 증가하다가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처음 10%를 넘어섰고,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 20%대를 달성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여성 비중이 44%, 직전 올림픽이었던 2021년 도쿄 올림픽은 48%에 달했다.

성별 관계없이 남녀 모두 참가할 수 있는 종목 수도 서서히 균형을 이루는 모습이다. 파리 올림픽에서 치러지는 32개 스포츠 종목 중 28개 종목은 남녀 모두 참가할 수 있다. 두 성별 모두 참가할 수 있는 스포츠를 확대하기 위해 남성만 참가했던 50㎞ 경보 종목은 혼성 릴레이 경보로 대체됐다. 다만 레슬링은 남성만, 리듬체조는 여성만 참가하는 등 4개 종목은 특정 성별만 참가할 수 있다.

IOC는 2014년 완전한 성평등을 대회 개최 목표 중 하나로 추가했으며, 2017년부터 하계·동계 국제 스포츠 연맹 등과 함께 성평등 검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미국 육상선수 샤리 호킨스는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스포츠의 거대한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스포츠 스타를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고르지 않다고 느껴왔고 여성 운동 선수가 과연 적합한가 하고 의문을 품는 경우도 흔했다"며 "올해 경기장에서 (두 성별이) 동일한 수로 경쟁할 수 있는 건 그러한 상황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숫자만 같다고 평등 아냐" 비판…남성 코치 비중 높아

올림픽 참가 선수의 성비가 동일해졌다고 해서 완전한 성평등을 이뤘다고 보긴 어렵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올림픽은 선수 성비가 50대 50으로 균형을 이뤘지만, 올림픽 이후 치러지는 패럴림픽은 남성 선수 비중이 높다.

라우렌 홀미 네덜란드 골프 선수가 프랑스 파리 개선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또 단순히 두 성별의 선수 숫자와 비중으로만 성평등을 이뤘다고 표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캐나다 브록대학의 미셸 도넬리 교수는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성평등은 남성과 여성에 대한 훨씬 더 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회와 참여 조건이 평등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면서 경기 시간이나 장비의 크기, 무게, 선수가 착용하는 유니폼 등에서 성평등을 이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올림픽에 참가하는 또 다른 주체인 감독·코치진의 성비는 압도적으로 남성이 높다는 점이 아직 성평등을 이루지 못한 근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파리 올림픽에는 15개국 19개 종목의 52명 감독·코치가 여성이다.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물론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높아진 숫자다. 2021년 도쿄 올림픽의 여성 감독·코치진 비율은 13%,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10%였다.

스포츠 산업 관련 칼럼을 써온 애덤 민터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올림픽에서 감독·코치가 되고자 하는 여성의 어려움은 여성 스포츠가 비교적 활성화 돼 있는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 마저 어렵다"면서 "2005~2020년 남성 스포츠팀 감독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5%도 채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IOC가 국가올림픽위원회 내 여성 임원 비율을 정해 권고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는 있지만,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 여성 감독·코치진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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