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이토록 지적인 산책<4>-콘크리트 위의 교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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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이 책은 우리에게 낯익은 일상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아기와 함께 나선 길은 호기심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의사의 눈으로 바라본 군중들은 모두 잠재적 환자들이었으며, 시각장애인과 걷는 일은 오감을 열어주었다.
그 반면에 도시 거주자인 나는 잠에서 깨어나 몇 초 안에 거리에서 나는 소리만을 단서로 오늘이 평일인지 주말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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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이 책은 우리에게 낯익은 일상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아기와 함께 나선 길은 호기심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의사의 눈으로 바라본 군중들은 모두 잠재적 환자들이었으며, 시각장애인과 걷는 일은 오감을 열어주었다. 음향 엔지니어와 함께한 산책은 한 편의 교향악과 같았고, 타이포그라퍼의 시선은 흔해빠진 간판 속에서 정교한 미학을 발견해낸다. 길에서 마주친 낯선 사람들이 각자의 루트로 전진하고, 앞을 보지 못해도 소리만으로 그늘의 위치를 찾고, 자세만 바꿔도 지나가는 이의 겸손함을 알아챌 수 있고, 나뭇잎 뒷면에 소인국의 우주가 펼쳐지는 세계. 세상 안에 또 다른 세상이 있고, 그 안에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우리는 그것을 '관찰'이라 부른다. 글자 수 1023자.
우리가 서 있는 사거리에서는 도시 환경의 전형적인 소리들이 들려왔다. 트럭과 버스 소리, 길거리에서 전도하는 사람들과 목소리를 높여 얘기하는 사람들 소리, 하이힐이 또각거리는 소리와 핸드폰 벨소리가 들려왔다. 몇번인가 모든 도시 소음의 목록을 만들려고 시도한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 귀에 와 닿는 밝고 어둡고, 단순하고 복잡하고, 짧고 긴 소리들의 분류 체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작업처럼 보인다. 우리는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일 집중력이 없고 설령 소리를 듣는다 해도 그것을 표현할 어휘력이 부족하다. 자신의 몸이 작동하며 심장이 쿵쾅거리고 관절이 삐걱거리는 소리조차도 곧잘 놓치지 않는가. 몸 안의 소리를 들으려면 무반향실에 가야 한다. 그 이상한 방에서는 모든 외부 소리가 잦아들기 때문에 혈액이 몸 안을 순환하는 소리, 심장박동이 서로 겹쳐지며 철컥거리는 소리, 그리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 근육이 늘어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도시 거주자들은 원치 않게 도시 소음 전문가가 되었다. 나는 셔틀버스와 시내버스 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평소에 차를 대던 길 건너편에 누군가 주차하면 그것을 청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소리로 내가 브로드웨이에 있는지, 브로드웨이에서 한 블록 떨어진 암스테르담 대로에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주기적으로 숲을 걷는 사람은 나무가 내는 특징적인 소리로 나무 종류를 구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나무는 흐느끼며 신음하고, 호랑가시나무는 휘파람을 불고, 물푸레나무는 '쉬이' 소리를 내고, 너도밤나무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내 귀는 숲에서 둔해 빠진 기관이지만 도시에서는 제 능력을 발휘한다. 또 다른 예로 시골 사람들은 귀뚜라미가 주어진 시간 동안 우는 횟수를 세어서 바깥 기온을 알아낸다. 그 반면에 도시 거주자인 나는 잠에서 깨어나 몇 초 안에 거리에서 나는 소리만을 단서로 오늘이 평일인지 주말인지 알 수 있다. 쓰레기 수거 트럭이 '끄윽' 하고 신음하는 소리가 들린다면 평일이다. 멀리 고속도로에서 들려오는 차 소리가 한풀 꺾여 있다면 주말이다.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이토록 지적인 산책>, 박다솜 옮김, 라이온북스, 1만88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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