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난장판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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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3월 초 국회 본회의에서 헌정 사상 처음 사형수(윤도영)의 감형 청원이 통과됐다.
윤씨 지인 등 216명이 국회에 청원을 진정하면서 진행된 건데 정작 본회의 통과 후 하자가 발견됐다.
특히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청원'이 신문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윤석열정부가 청와대 국민청원의 역기능을 보완하고 정치 악용을 막겠다며 이를 폐지하자 여론은 국회의 '국민동의청원'으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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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3월 초 국회 본회의에서 헌정 사상 처음 사형수(윤도영)의 감형 청원이 통과됐다. 윤씨 지인 등 216명이 국회에 청원을 진정하면서 진행된 건데 정작 본회의 통과 후 하자가 발견됐다. 의원들이 사형수 윤도영을 1970년대 동양 복싱챔피언 ‘김막동’으로 착각한 것이다. ‘김막동’은 윤씨의 구치소 내 별명인데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국위를 선양한 점을 참작해 사형을 면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진짜 김막동이 나타나 “난데없이 사형수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35년 전의 청원 해프닝은 국회의원의 착각, 공명심, 팩트체크 부실이 어우러지며 발생했다. 휴대전화로 쉽게 검색이 되는 요새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첨단 IT 시대에 국민청원의 수준은 얼마나 올라갔을까. 양적으로는 비교 불가다. 특히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청원’이 신문고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48년 제헌국회부터 33년간 국회에 접수된 청원 건수는 3203건이었는데 문 정부 5년간 청와대 청원건수는 111만건이었다.
직접민주주의 체험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논란, 가짜뉴스가 끊이지 않은 게 문제였다. 2020년 3월 25개월 딸이 이웃 초등 5학년생에게 성폭행당했다고 낸 청원은 53만명이나 동의했지만 가짜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글 중 약 5분의 1이 가짜뉴스나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윤석열정부가 청와대 국민청원의 역기능을 보완하고 정치 악용을 막겠다며 이를 폐지하자 여론은 국회의 ‘국민동의청원’으로 쏠렸다. 국민 목소리를 입법 과정에 담겠다는 이 청원은 요건도 엄격해 과거와 다를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는 실망스럽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청원이 140여만명의 지지를 얻자 곧바로 ‘탄핵 반대’ 청원이 나왔다. 야당 지지자들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 탄핵’을 외치면 여당 지지자들은 ‘정청래 법사위원장 해임’ ‘민주당 해산’ 청원으로 맞불을 놓는 식이다. 국민 청원이 증오와 정쟁의 장이 돼 버렸다. 아날로그 시대의 김막동 해프닝은 여기에 비하면 양반이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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