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문체부의 독단적 예술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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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된 음악극 '섬: 1933~2019'는 소록도의 한센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차별을 다뤘다.
정동극장은 특히 창작에만 지원이 집중돼 초연 이후 사라지는 작품이 많은 국내 공연계에서 가능성 있는 작품을 발굴해 유통하는 2차 제작극장으로 정체성을 확립하고 나섰다.
하지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동극장에 외국인 관광객 대상 전통공연 상설화를 지시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문체부의 일방적인 예술행정은 정동극장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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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된 음악극 ‘섬: 1933~2019’는 소록도의 한센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차별을 다뤘다. 원래 2019년 우란문화재단에서 초연돼 호평받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소극장용임에도 불구하고 출연진이 12명이나 될 뿐만 아니라 내용이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어 재공연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제작사 라이브러리컴퍼니와 국립정동극장이 공동제작에 나서면서 5년 만에 재연이 이뤄졌다. 그리고 개막 후 입소문을 타고 관객이 몰리더니 총 58회차 공연 중 21회차가 매진됐다. 결국 공연 막판에 3회가 더 추가되기까지 했다.
‘섬’의 흥행은 정동극장이 2021년 도입한 ‘2차 제작극장’으로의 변화와 관련 있다. 외국인 관광객 대상의 전통 상설공연장으로 운영되던 정동극장은 2010년대 중반부터 관광 트렌드 변화와 상설공연 난립에 따른 저가경쟁 속에 침체했다. 이에 2020년 상설공연을 중단한 뒤 개관 초기처럼 전통을 포함해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정동극장은 특히 창작에만 지원이 집중돼 초연 이후 사라지는 작품이 많은 국내 공연계에서 가능성 있는 작품을 발굴해 유통하는 2차 제작극장으로 정체성을 확립하고 나섰다. 2차 제작극장이란 용어는 김희철 당시 정동극장 대표가 처음 제시한 것이다. 이후 ‘섬’ 이외에 초연에서 상업적이진 않아도 완성도 높았던 작품들이 정동극장과 손잡고 재연하며 레퍼토리화되는 사례들이 꾸준히 등장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민간 예술단체와 관객 모두에게 환영받았으며, 정동극장에선 다시금 활기가 돌았다. 하지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동극장에 외국인 관광객 대상 전통공연 상설화를 지시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문체부의 일방적인 예술행정은 정동극장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국제교류와 관련해 문체부가 지난 5월 발표한 ‘국제문화정책추진전략’이다. 여러 기관의 국제교류 사업을 국내에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해외에선 재외한국문화원 중심으로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K컬처를 세계에 확산시켜 국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국가 주도 K컬처 수출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문화외교와 문화산업에 초점을 맞춰 문체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방식은 국제교류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외에도 문체부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국립예술단체 청년 교육단원 사업 역시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립예술단체 청년 교육단원 사업은 청년 공연예술가에게 국립예술단체 무대 경험과 실무교육을 제공해 ‘차세대 K컬처 주자’를 발굴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95명이던 선발인원은 올해 350명으로 3배 이상 확대됐으며, 내년에는 1000명을 목표로 한다. 사업 취지 자체는 좋지만 문체부의 일방적인 지시를 따라야 하는 국립예술단체는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특히 예산과 인력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도 아니어서 국립예술단체들은 기획공연 예산을 줄이든 각자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문체부의 일방통행 예술행정에 대해 산하기관은 불만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문체부가 산하기관의 유사·중복 기능 조정을 이유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예산을 거의 삭감한 사례를 보고 공포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예술이 공공재인 만큼 문체부가 예술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맞는 행정을 통해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토대로 예술계 구성원의 자율성 존중이 동반돼야 한다. 문체부의 예술행정이 지나친 국가주의 및 관료주의 경향으로 가고 있어 우려스럽다.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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