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누가 유엔사 존재를 부정하고 왜곡하나
오는 27일은 1950년 북한의 침략으로 시작된 6·25전쟁의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1주년이 되는 날이다. 1953년 시작된 정전체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대한민국 국민은 유엔사령부(UNC)가 북한의 침략을 격퇴하고 오늘날까지 한반도 안보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에 무관심하다. 유엔사는 정전 상황 관리를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을 예방하면서 유사시 기존 17개 유엔 참전국의 전력을 제공해 전쟁 지속 능력을 키워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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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사는 한반도 안보의 중요 축
북한 동조세력, 유엔사 지위 왜곡
유사시 더 빛날 유엔사 가치·역할
」
그런데도 이맘때만 되면 정전협정 체결일을 이른바 ‘전승 기념일’로 선전하는 북한 정권에 동조하듯 유엔사 지위를 부정하는 세력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유엔사와 관련된 일부 자료만을 근거로 왜곡된 주장을 늘어놓는다. 예컨대 “유엔사는 유엔의 공식기구가 아니며 미국 주도 통합사령부에 불과하다”(①), “유엔군은 유엔 헌장의 강제 조치가 아닌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불과하다”(②), “1975년 유엔 총회의 해체 결의에 따라 유엔사는 존재 근거가 없다”(③) 등이다.
먼저 ①번 주장을 살펴보자. 유엔군 참전은 1950년 6월 27일 유엔 안보리 결의 83호, 유엔사 창설은 7월 7일 안보리 결의 84호에 의한 것이다. 이후에도 1970년까지 유엔 안보리와 총회, 경제사회이사회(ECOSOC) 등 관련 결의는 90회나 이어졌다.
1950년 7월 31일 안보리 결의 85호에서 “유엔사가 유엔 안보리를 대신해”라고 적시했다. 이후 총회 결의 376호와 경제사회이사회 결의 등을 통해 유엔 한국통일부흥위원회(UNCURK)와 함께 유엔사가 유엔의 정치적·군사적 대리 기구임을 거듭 확인했다.
②번 주장도 마찬가지다. 정전협정 체결 직후 유엔 총회 결의 제711호와 제712호를 통해 “유엔군사령관이 서명한 정전협정을 승인하고 한국의 독립과 평화를 위한 유엔의 목적을 재확인”했다. 이어 통합군사령부 보고 접수, 유엔의 집단적 군사 조치의 최초 성공, 유엔 헌장에 입각한 집단안전보장의 효과적 실증을 표명했다. 따라서 유엔사는 유엔이 정당성을 인정한 기구다.
미국 주도의 통합사령부 설치를 위임한 이유는 냉전으로 인해 유엔 헌장에 따른 유엔 상비군 구성과 이를 지휘·통제할 안보리 산하 군사참모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전쟁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남침 초기 급박한 전장 상황에서 참전 유엔군을 통합 지휘하기 위해 불가피해서다.
다음으로 ③번 주장의 문제를 알려면 당시 국제정세 이해가 필요하다. 2차 대전 이후 신생 독립국들이 유엔에 대거 가입한 데다 비동맹운동의 영향으로 유엔에서 자유 진영과 공산권의 표가 대등해졌다. 이에 따라 1975년 11월 18일 제30차 유엔 총회에서 유엔사 해체에 관한 자유 진영과 공산권의 결의안(3390 A/B)이 동시에 통과됐다. 이후 당사자들에 의해 정전체제를 대체할 협의가 이행되지 않으면서 유엔사 해체가 보류된 것이지, 유엔사의 법적 지위가 상실된 것은 아니다. 일본 내 7개 유엔사 후방기지 등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유엔사의 법적 지위에 관한 근거는 너무나 많다.
2018년 1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유엔 참전국 외교장관 회담, 2023년 11월 서울에서 개최한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가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도 유엔사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해 유엔사 적정규모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엔군사령부는 유엔 출범 이래로 유일하게 안보리 결의에 따라 창설되고 참전이 결정됐다. 지금껏 유일하게 유엔군사령부라는 명칭과 유엔기를 사용하고 있다. 1990년 1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맞서 안보리 결의 678호로 무력 사용을 승인했지만, 명칭은 ‘유엔군’이 아닌 그냥 ‘다국적군’이었다.
오늘날 대한민국 번영이 유엔의 참전과 유엔사를 기초로 한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유엔사를 부정하는 북한·중국을 차치하고라도 이들의 거짓 주장에 부화뇌동하는 세력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슨 이유로 유엔사의 지위와 역할을 부정하는가.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병기 국방대 석좌교수, 한·유엔사친선협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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