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퓰리처상 받은 사진가 김경훈
"카메라보다 마음의 눈이 먼저"
AP의 에번 부치가 찍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후 사진이다.
이 사진을 보자마자
“사진 한 장이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 사진이 사회를 바꾸는 힘이 있는 걸 실감했습니다”라고 한 이가 떠올랐다.
그는 2019년 퓰리처상 사진 부문을 수상한 로이터통신의 김경훈 기자다.
김 기자는 2018년 11월 멕시코 티후아나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최루탄을 피해 절박하게 도망가는 엄마와 아이들을 포착했다.
그중 한 아이는 기저귀를 찬 채였다.
이 한 장의 사진은 세계적은 주목과 함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전 세계 언론이 다투어 그 가족을 취재했으며,
각계의 도움으로 결국 3주 만에 그 가족은 미국 난민 신청이 수용됐다.
그의 말처럼 사진 한 장이 일으킨 파문이 세상의 틀을 바꾼 터였다.
퓰리처상을 받은 지 3년이 지난 2022년 서울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인생은 우연이 아닙니다』라는 책을 출간한 이유로 만난 터였다.
분명 인터뷰용 사진을 찍어야 하건만, 그는 카메라 없이 빈손인 채였다.
퓰리처상 수상자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는 이유를 그에게 물었다.
“카메라를 들여다보느라 앞사람과 대화를 자꾸 끊는 게 미안해서요.
긴급한 일, 꼭 찍어야 할 일이 있으면 휴대전화로 찍으면 되고요.”
결국 ‘기자와 사람’보다 ‘사람과 사람’ 관계가 우선이라는 의미였다.
이어 그는 '사람과 사람’ 관계에 관한 일화를 들려줬다.
“절박하게 도망가던 사진 속의 그 가족을 꼭 한번은 만나고 싶더라고요.
결국 후속 취재차 만나게 되었어요.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더니 KFC 치킨을 사달라더라고요.
그렇게 가족들과 KFC 치킨을 먹었습니다.
지금은 볼티모어에 정착해서 사는데 가끔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사진 속 그 엄마가 꼭 한번 볼티모어로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가 찍은 사진이 이렇듯 사람과 사람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결국 사진이 일으킨 파문이 세상의 선한 영향력이 됨을 그가 증명한 게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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