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37) 말하면 잡류(雜類)라 하고

2024. 7. 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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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시인

말하면 잡류(雜類)라 하고
주의식(생몰연대 미상)

말하면 잡류라 하고 말 아니면 어리다 하네
빈한(貧寒)을 남이 웃고 부귀를 세오나니
아마도 이 하늘 아래 살을 일이 어려워라
-병와가곡집

시대를 사는 고민
어려워라, 세상살이여. 말하면 점잖지 못하다 하고, 말을 하지 않으면 어리석다고 하네. 가난하면 비웃고 잘 살면 시기를 하니 하늘 아래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사는 어려움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어려움에 처하면 선인들이 먼저 살아간 길이 지향점이 되기도 한다. 거기에서 힘을 얻는다.

주의식(朱義植)은 조선 숙종 때의 가인이다. 김천택은 청구영언에서 “시조에 능할 뿐 아니라 몸을 단정하게 하고 마음을 맑게 하여 군자의 풍도가 있었다”고 했다. 시조 14수가 전하는데 자연과 탈속, 계행(戒行)과 회고, 절개를 주제로 다루었다.

백이 숙제의 절의를 다룬 그의 시조 한 수를 더 읽는다.

“굶어 죽으려고 수양산에 들었거니/설마 고사리를 먹으려 캐었으랴/물성(物性)이 굽은 게 애달아 펴보려고 캤으리”

굽은 고사리까지 바르게 펴 보려고 한 의인의 행동마저 구부러지게 보려 하다니…. 무서워라, 세상이여. 인심이여.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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