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우리 한 대표 잘 도와달라”…한 “대통령 중심 뭉쳐야”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와 2시간여 만찬을 갖고 ‘당정 화합’을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팔짱만 끼지 말고 다 도와주라”며 한 대표 중심의 당내 화합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대표와 신임 최고위원들, 추경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로 초청해 오후 6시30분부터 8시20분까지 만찬을 함께했다. 한 대표 당선 하루 만에 신임 지도부에 힘을 실은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만찬에서 각각 맥주와 콜라로 잔을 채워 러브샷을 했다. 총선과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윤·한 갈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다.
한 대표와 경선을 치른 나경원·윤상현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만찬에 함께했다. 지난해 3·8 전당대회 후 첫 당정 만찬에선 낙선자를 초청하지 않았었다. 대통령실에서는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을 포함해 수석급 이상 참모진이 모두 배석했다. 다만 김건희 여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만찬 회동은 시작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파인그라스 앞마당에서 기다리던 한 대표와 악수를 하며 “수고 많으셨다”고 격려했다. 이어 신임 최고위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엔 “비 올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이 좋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도 “한 컷 더 찍자”고 제안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식사 내내 “뭉치자”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우리는 한 가족이다. 이제 전당대회가 끝났으니까 뭉쳐서 같이 잘하자”고 말하자, 한 대표는 “대통령님의 성공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 정권 재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대통령 중심으로 우리가 뭉쳐야 한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식사 내내 한 대표를 ‘우리 한동훈’이라고 거듭 부르며 함께 검사로 근무했던 옛 이야기들도 풀어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또 한 대표와 경쟁한 후보들에게도 “당 대표에 출마하셨다가 안 된 분들도 다 오셨으니 서로 배려하고 화합하자”며 “한 대표 외롭게 만들지 말라. 팔짱 끼고 한 대표가 잘하나 안 하나 쳐다보지 말고, 무조건 다 도와주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혼자 해결하도록 놔두지 말고 주위에서 잘 도와달라”고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우리 한동훈 대표를 잘 도와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낙선 후보들은 “우리 모두 대통령의 수석대변인이 되자”(나경원)라거나 “대통령의 성공이 당의 성공이고 모두의 성공이다”(윤상현), “우리는 하나 되는 원팀”(원희룡)이라며 당정 화합 의지를 다졌다. 참석자들은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고 전했다.
만찬 메뉴로는 삼겹살과 돼지갈비, 상추쌈 등이 올라왔다. 대통령실은 “삼겹살은 당·정·대의 통합을 의미하는 한편, 막역한 사이에서 먹는 대표적인 한국 음식으로 격의 없이 소통하고 대화해 나가자는 의미를 담았다”며 “서민적이며 삼겹살이란 게 저녁때 같이 구워 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의미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한 대표를 위해서는 특별히 ‘제로콜라’도 별도로 마련됐다.
앞서 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한 대표는 방명록에 “더 경청하고, 더 설명하고, 더 설득해서 국민의 마음을 얻고 함께 미래로 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한 대표는 이어 첫 국회 출근길에 취재진에게 제3자 특검 추천 방식의 순직 해병 특검법 발의에 대해 “제 입장이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방식의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한 자신의 약속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당론으로 반대하면 따를 것이냐는 물음에는 “우리 당은 민주주의 정당이고, 이견을 좁혀가며 토론하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 대표는 당직 인선에도 고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당 안팎에선 사무총장에 3선 김성원·송석준 의원, 재선 김형동·박정하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정책위의장은 친윤계 3선인 정점식 의장 유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한 대표가 다른 인사를 임명할 가능성도 있다.
전날 저녁 식사를 겸해 열린 캠프 해단식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한 대표는 “좀 어색하기는 한데요”라며 건배사를 자청한 뒤 콜라잔을 들고 “위하여”라고 외쳤다. “끝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이 팀과 끝까지 함께 가보자”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캠프 관계자는 “술을 마시지 않는 한 대표의 건배사 제의가 처음이라 다들 놀랐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송석준·김형동·박정하 의원 등 친한계로 분류되는 의원 10여 명이 참석했다. 캠프 총괄상황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 정광재 대변인 등도 자리를 지켰다.
한 대표 측은 “고생한 실무진을 격려하는 자리”라고 설명했지만, 당에선 “신진 그룹인 친한계의 급부상을 알리는 출정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참석자 면면에서 드러나듯 친한계는 초·재선 의원이 중심이다. 정치 입문 7개월 차로 원내 기반이 약한 한 대표가 당 쇄신에 드라이브를 걸 때 이들이 우군이 될 전망이다.
김기정·이창훈·손국희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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