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시프트업 대표, 어느새 시총 4위로…일러스트레이터의 신화 [CEO LOUNGE]
“서브컬처 이용자를 위해 그림을 그리던 화가가 시가총액 4조원의 기업을 만들었다. 국내 게임 산업 역사상 유례없는 성공 신화다.”
지난 7월 11일 주식 시장에 상장한 게임 회사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48)를 향한 주식 시장의 평가다. 말 그대로 김 대표는 게임업계와 증권가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가 이끄는 시프트업은 5년 전만 해도 작은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승리의 여신 니케’ ‘스텔라 블레이드’ 등 히트작을 연달아 내놓으며 사세를 급격히 키웠다. 창업 10년 만에 넥슨,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등 대형사와 맞먹는 게임사로 성장했다.
창업 11년 만에 ‘4조 기업’
시프트업 창업자 김형태 대표는 국내 정상급 일러스트레이터(원화가)이자 미술 감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김 대표가 그린 작품만 수집하는 마니아층이 따로 있을 정도다. 김 대표 이름을 알린 작품은 ‘창세기전3’다. 창세기전3는 소프트맥스가 개발한 게임으로 2000년대 초 게임 이용자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게임이다. 김 대표는 소프트맥스 소속으로 해당 작품의 캐릭터 디자인 등을 도맡았다. 창세기전3를 통해 원화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은 김 대표는 2005년 엔씨소프트로 자리를 옮긴다. 이곳에서 그는 ‘인생작’이라고 부를 만한 작품을 만나게 된다. 무협풍 MMORPG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이다. 김 대표는 블레이드앤소울의 캐릭터 원화부터 전반적인 아트 디렉팅을 총괄했다. 블레이드앤소울은 기존 국내 게임에서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화풍을 내세워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블레이드앤소울은 2010년대 또 다른 엔씨소프트의 인기작 ‘리니지’ ‘아이온’과 함께 국내 컴퓨터 게임 시장을 휩쓸었다. 세 게임은 ‘3대 IP’라 불리며 엔씨소프트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8년간 활발히 활동하던 김형태 대표는 돌연 엔씨소프트를 퇴사한다. 잘나가던 그의 퇴진을 두고 ‘임원진과 갈등이 심했다’와 같은 각종 루머가 오갔다. 쏟아지는 의혹을 두고, 김 대표는 “원화가로서 게임 이용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으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자취를 감췄다. 이 무렵 김 대표는 자신이 직접 게임을 만들기 위해 시프트업을 창업한다. 본인의 강점인 화려한 캐릭터 디자인, 독특한 원화 화풍을 활용한 게임 개발에 매진했다.
2016년. 창업 이후 3년 만에 첫 작품을 내놨다. 수집형 카드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다. 데스티니 차일드가 흥행에 성공하며 시프트업은 본격적으로 업계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데스티니 차일드’는 서비스 시작 3일 만에 국내 애플·구글 양대 앱 마켓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2023년 9월 서비스를 종료할 때까지, 시프트업에 막대한 현금을 가져다주며 회사를 지탱하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첫 작품부터 경쟁력을 인정받은 시프트업은 투자를 유치하며 몸집을 키워나갔다. 카카오벤처스, 위메이드, 대성창업투자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2022년 6월에는 IMM인베스트먼트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로부터 구주거래를 통해 투자를 유치했다.
막강한 개발력에 자금이 더해지면서 신작 개발에 탄력이 붙었다. 대규모 신작 공개를 예고하며 기대감을 키우던 시프트업은 2022년 11월 4일 ‘니케’를 선보이며 대박을 터뜨렸다. 니케는 정체불명 기계 생명체인 랩쳐에 의해 몰락한 세계에서 지상을 탈환하기 위해 인류를 대신해 싸우는 안드로이드 ‘니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짜임새 있는 배경 이야기와 뛰어난 성우들 연기 덕분에 서비스 시작 첫날부터 화제를 모았다.
니케는 서비스 시작 일주일 만에 국내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차지, 흥행에 성공했다. 인기는 국내 시장에 국한되지 않았다. 글로벌에서도 6일 만에 1000만 다운로드 성과를 올렸다. 아시아 주요 시장 일본과 대만 매출 1위와 북미 10위권 등 주요 국가 매출 상위권에 들며 대박을 터뜨렸다. 2023년 초 본격적으로 기업공개 초읽기에 들어갔다. 증권가에서는 몸값을 1조원으로 예측했다.
해가 바뀌면서 몸값은 더 뛰었다. 올해 4월, 콘솔(비디오 게임 기기)용으로 내놓은 ‘스텔라 블레이드’가 흥행에 성공한 덕분이다.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게임 CD 품귀 현상이 일며 화제를 모았다. 일본 현지에서는 1인당 구매 한도를 1장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할 정도였다. 현재 누적 판매량은 100만장을 돌파했다.
연타석 흥행 성공으로, 상장 직전 시프트업 몸값은 3조원대로 치솟았다. “1조원만 받아도 대박이다”라는 세간의 과거 평가를 완전히 뒤집었다. 결국 공모가 6만원을 확정, 상장 첫날 게임업계 시가총액 4위 자리에 등극했다.
‘원게임 리스크’ 타파해야
기업공개라는 큰 고비를 넘겼지만, 김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특정 게임에 쏠린 매출 편중이다.
시프트업 작품 중 수익이 나오는 게임은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 2가지다. 작품 가짓수가 많은 다른 게임사에 비해 수익이 발생하는 작품이 적다. 두 작품 중에서도 꾸준히 매출이 나오는 게임은 ‘니케’뿐이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CD 판매 게임이다. 이용자가 게임을 즐기기 위해 계속 돈을 쓰는 구조가 아니다. 일회성 매출만 발생한다. 당장 확실하게 현금 수익을 보장하는 작품이 하나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 1686억원 중 97%가 ‘니케’에서 발생했다. 특정 게임에만 매출을 의존하는 ‘원게임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듯 지속성이 약한 기업은 매출과 이익에 비해 주식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시프트업이 상장 이후 주가 부진을 이어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현금 창출력이 있는 게임이 2개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다. 게임 종목은 특성상 미래 가치를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신작의 성공 여부다. 현재 개발 중인 신작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해야만 주가가 다시 힘을 받고, 시총 4조원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와 시프트업 측도 이 문제를 잘 인지하고 있다.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이번 공모를 통해 마련한 자금 상당수를 게임 개발 인프라 확충에 사용한다.
니케는 서비스 시작 2주년을 맞아 대형 업데이트를 계획 중이다. 게임 콘텐츠를 보강,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PC로의 플랫폼 확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스텔라 블레이드는 소니가 만든 게임 기기 플레이스테이션에서만 즐길 수 있다. PC버전이 나온다면 더 많은 이용자 확보가 가능하다.
기존 작품 세계를 확대하는 것 외에도 신작 ‘프로젝트 위치스’의 개발에 101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김형태 대표는 “개발 중심 회사로서 그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을 상장 이후 목표로 삼고 있다. 확실히 성공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신중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9호 (2024.07.24~2024.07.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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