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먹인 손준성 "고발사주 안해... 핸드폰은 못 풀어"
[선대식 기자]
▲ 손준성 검사가 지난 6월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고발 사주 의혹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손준성 검사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가르쳐드릴 수 없다"라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서처(공수처)의 징역 5년 구형을 두고 울먹이면서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하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24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형사6-1부(재판장 정재오) 심리로 고발사주 의혹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이 진행됐다. 지난 4월 시작된 항소심 재판은 이날 5번째 공판만에 마무리 수순을 밟은 것이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일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해 손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주된 혐의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다. 양쪽은 모두 항소했고, 재판 과정에서 1심에서 인정된 문제의 고발장·첨부자료 전달 경로(손준성→김웅→조성은)를 비롯한 핵심 쟁점을 두고 치열하게 다툰 바 있다.
징역 5년 구형한 공수처 "휴대전화 비밀번호 알려줘야"
공수처 쪽은 최종 의견진술에서 "피고인은 '손준성 보냄'이라는 기재와 텔레그램의 특성을 근거로 제3자 개입 가능성과 제보 반송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주장하기 위한 가장 명쾌한 방법은 지금이라도 직접 피고인이 본인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줘서 포렌식에 협조하고 그 제3자를 보여주면 될 일이다. 하지만 피고인 그러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사 과정에서부터 공판에 이르기까지 본인이 텔레그램으로 파일과 메시지를 전송한 사실 자체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실체 관계를 부인하면서 합당한 변명조차 못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한 주장만 줄곧 하고 있을 뿐, 어떠한 반성도 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이 사건은 검찰총장 보호나 검찰총장 일가에 대한 공격 방어 등의 명목하에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라는 국가의 중요한 공조직이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된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면서 "범죄 정보를 수집해서 국민을 지켜야 하는 국가의 중요한 권력을 가진 공조직인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보복하고, 공직선거에 개입하는 국가기관 문란 행위는 향후에는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1심 결심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손 검사장의 공직선거법 위반에는 징역 3년, 공무상비밀누설 등에는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3년째 수사 재판..." 10초 울먹인 손준성 검사장
손 검사장 쪽 임성근 변호사는 고발사주 제보자 조성은씨 증언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4차 공판 때 증인으로 나온) 전 일요신문 기자가 법정에서 조성은은 정당가입 신청서를 위조해서 현재 재판받고 있고 사기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조성은의 인간됨을 세세하게 증언한 바 있다"면서 "조성은은 피고인과 김웅 사이에 제3자가 존재할 수 없다고 분명히 주장하지만, 자신의 추측이나 확증 편향에 기한 진술이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있는지 현명하게 판단해달라"라고 말했다.
손 검사장도 직접 최후진술에 나섰다. 그는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어달라는 공수처 검사를 비판했다. 그는 "3년 전 이 수사가 시작될 때를 복기해보면 대선 정국에서 특정인의 참모였다는 이유로 타겟팅해서 모든 현상을 범죄시했다. 공수처에는 또 다른 제 사건이 계류 중에 있다"면서 "총선이니 가족관계니 전혀 근거 없이 마치 (제가) 비위를 저지른 것처럼 말씀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 제가 어떻게 제 핸드폰을 풀겠느냐"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 안에 개인 정보,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의 직무정보가 있다. 제가 비밀번호를 가르쳐드리고 싶어도, 제 직무윤리상 가르쳐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손 검사장은 "단호히 말씀드리는데, 저는 김웅 전 의원에게 고발장 등 자료를 보낸 사실이 없다. 고발사주한 사실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울먹이면서 "수사, 재판을 받은 지 3년이 다 되어 간다"라고 했다. 그 뒤 10초가량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목소리를 겨우 가다듬고 "그 과정에서 탄핵소추되어 직무도 정지되어 있다. 참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모함이자 굴레다. 검사로 일한 지 20년 넘었다. 유능한 공직자였다고 말씀드릴 자신은 없지만 공직자의 본분을 잊고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오는 9월 6일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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