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에 임산부 숨졌다…태풍 '개미' 필리핀 강타, 이재민 60만명
‘제3호’ 태풍 개미가 필리핀을 강타해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최소 13명 숨지고 6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4일(현지시간) AFP·AP·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수도 마닐라를 비롯한 필리핀 북부 루손섬 수도권 지역 곳곳이 개미가 몰고 온 폭우와 강풍으로 침수되고 산사태를 겪었다.
전날 마닐라 남쪽 바탕가스주 한 산기슭 농촌 마을에서는 산사태가 판잣집을 덮쳐 임신부와 9∼15살 자녀 3명이 숨졌다.
또 바탕가스주 다른 마을에서도 1명이 쓰러지는 나무에 깔려 숨지는 등 이번 태풍 관련 사망자가 최소 13명으로 늘고 이재민 약 60만 명이 발생했다고 재난 당국이 밝혔다.
필리핀 기상 당국에 따르면 태풍 개미가 필리핀에 본격 상륙하지는 않았지만, 영향권에 들면서 몬순(계절풍 장마)이 강화돼 폭우가 쏟아졌다. 전날부터 24시간 동안 200㎜ 이상의 폭우가 마닐라에 쏟아진 가운데 수도권 일대가 물바다가 됐다.
밤새 퍼부은 많은 비로 수도권 여러 지역이 잠겨 자동차들이 침수되고 주민들이 집에 고립됐다.
수도권 동부 외곽 마리키나시에서는 강물이 넘쳐 집이 잠기고 주민들이 대피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정부 관공서들이 문을 닫고 각급 학교들이 수업을 연기했다. 또 태풍의 영향으로 선박 31척의 운항이 중지돼 승객 354명이 항구에 발이 묶였고, 최소 70여 편의 항공편이 결항됐다.
재난 당국은 1300만여명이 사는 마닐라와 수도권 지역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수도권 재난 담당 관리인 피치 데 리언은 AFP에 “많은 지역이 침수돼 구조대를 마닐라 전역에 배치했다”면서 “압도적인 수의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긴급회의를 하고 “상황이 심각하다. 그곳 사람들은 며칠 동안 먹지도 못했을 것”이라면서 고립된 농촌 마을 등에 구호품 지원 제공 속도를 높이라고 재난 당국에 지시했다.
개미는 필리핀에서 북쪽으로 이동, 슈퍼 태풍으로 강화돼 24일 늦은 저녁 대만 북동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폭우와 강풍이 대만을 덮친 가운데 이날 대만 남부 가오슝시에서 쓰러지는 나무에 깔려 1명이 사망했다고 소방 당국이 전했다.
현지 기상 당국은 개미가 8년 만에 대만에 오는 최악의 태풍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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