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수뇌부 3명만 조사"…중앙지검 "수사 끝나고" 면담도 거부
김건희 여사 방문조사 ‘검찰총장 패싱’ 사태 나흘째인 24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내분이 격화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지난 22일 진상파악 조사 지시 이후 이창수 중앙지검장이 “조사는 나만 받겠다. 차장 이하 검사들은 응하지 말라”고 정면 반발하면서 “수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사 종료 시까지 조사를 연기하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이 중앙지검장과 1·4차장검사는 전날 대검 감찰부의 면담조사 요청도 거부했다.
이원석 총장은 24일 이창수 중앙지검장의 반발을 일부 수용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조사 과정을 중앙지검과 협의·조율하고 조사 대상 역시 이 지검장과 1·4차장 등 수뇌부 3명으로 한정하는 내용이다. 조사의 강도 역시 ‘수사팀이 진행중인 수사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차분히 절차를 진행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중앙지검이 반발 이유로 내세운 수사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각각 수사 중인 형사1부(부장 김승호)·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 등 부장검사와 수사팀 검사를 진상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대검이 하급청인 중앙지검 반발에 한발 물러선 건 반발 기류가 수사팀 검사들 사이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22일 이 총장 진상파악 지시 직후 명품백 수사팀의 김경목 부부장검사가 사표를 제출했다. 24일 수사팀 내부에선 이 총장이 당시 대국민사과에서 ‘법불아귀(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를 인용해 수사팀을 공개 질책한 걸 놓고 “대검이 수사팀을 ‘아귀’로 만들었다”는 반발도 나왔다.
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외형상 진상파악이지만 총장이 공개 질책하며 조사를 지시한 것은 결국 사실상의 감찰”며 “조사에서 도이치모터스 수사 상황 역시 거론되고, 그 내용이 총장에게 보고되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배제 명령을 어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를 둘러싼 대검·중앙지검 충돌은 지난 23일 대검 감찰부가 이 지검장과 1·4차장 면담을 시도하며 시작됐다. 이 지검장은 이를 거부하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진상조사가 진행될 경우 수사팀이 동요하고 수사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진상조사 연기를 요구했다. 이어 “진상조사든 감찰이든 관련 절차가 진행된다면 나 혼자 받겠다”고도 했다.
대검 일각에선 이 지검장이 진상조사에 반발하는 것 자체가 ‘총장 지휘 위반’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 여사 보고 사실을 사후보고한 데 이어 그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진상조사마저 거부하는 것은 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찰총장의 지휘·감독권을 무시한 처사란 것이다. 특히 대검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하급청과의 갈등이 아닌 검찰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기강 차원의 문제로까지 보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앞으로 검찰 사건 처리 전반에 영향을 미칠 사안인데 사후통보하듯 보고하는 건 사실상 검찰총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방문조사 후 나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조사 시작 10시간이 지나서야 보고가 이뤄졌는지 명확한 설명이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대검 참모들에게 “책임을 져야 할 결정들을 후임 총장에게 넘기지 않고 임기 안에 끝내겠다”는 말을 습관처럼 했다. 지난 5월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것 역시 임기 내에 김 여사 수사를 끝마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김 여사 방문조사 패싱 및 대검과 중앙지검의 내분 사태로 명품백·도이치모터스 사건 처분이 사실상 총장의 손을 떠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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