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저랑 싸우려 하심 안돼요"…이진숙 청문회 첫날부터 신경전
여야가 2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거칠게 맞붙었다.
청문회 시작 전, 청문회장 밖에서부터 충돌이 시작됐다. MBC 출신인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론단체는 청문회장 밖 복도에서 ‘언론장악 청부업자 이진숙 사퇴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이 후보자의 진입을 막았다. 여당 과방위원들은 “국회의 인사청문회에 대한 중대한 도전 행위”(최형두)라며 반발했다.
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출신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 후보자와의 기싸움으로 청문회를 열었다. 증인 선서를 마친 이 후보자가 인사 없이 자리로 돌아가자 최 위원장은 “저기요, 제가 인사하려고 했는데 돌아서서 가시니깐 뻘쭘하지 않나”고 했다. 이어 이 후보자를 손짓으로 가까이 부른 뒤 귓속말로 “저와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고 속삭였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정치 성향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 후보자는 과거 페이스북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두고 “나라 앞날이 노랗다”고, 이태원 참사 이후엔 ”MBC·KBS가 청년을 이태원으로 불러냈다”고 썼다. 야당 의원들은 “편협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사퇴하는 게 낫지 않겠나”(조인철 의원), “방통위원장으로서 할 줄 아는 게 방송 장악과 노조 탄압밖에 할 수 없다면 ‘해고감”(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등의 발언으로 압박했지만, 이 후보자는 “자연인으로서 못할 말 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사퇴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또 ‘동대구역을 박정희역으로 바꾸자’는 과거 발언에서 극우 성향이 보인다는 야당 비판에 대해선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이야기하면 극우가 되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하면 세련된 지식인처럼 취급받는 부분은 아주 불공정하다”고 되받았다.
이 후보자가 MBC 보도본부장 재직 당시 세월호 참사 관련 ‘전원 구조’ 오보를 낸 점도 비판을 받았다. 이 후보자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냐’는 이해민 의원 질문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장훈 4·16 안전사회연구소장을 향해 “유가족께 말씀드린다. 최선을 다했지만…”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그 정도론 부족하다”면서 ‘당시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오보와 2차 가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챗GPT가 작성한 사과문을 제시하며 낭독하라고 연신 요구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방금 사과드렸다”면서 거부했고, 이후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성명문을 통해 “사과문 낭독 강요는 양심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
MBC 재직 시절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거주지 인근 슈퍼마켓에서 20만 원 쓴 내역도 있다. 뭐에 썼나”(이정헌 의원), “2009년부터 10년간 8500만 원을 주말에 결제했다”(황정아 의원) 등의 민주당 공세에 이 후보자는 “사적으로는 단 만원도 쓴 적 없다”고 부인했다.
여야는 ‘방통위 2인 체제’를 놓고도 충돌했다. 박민규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가 위원장으로 임명된다면 방통위의 불법적 2인 구조에서 KBS와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 선임을 강행해 정치권과 여론이 강하게 반발하고 탄핵 발의도 당연히 뒤따를 것”이라며 “결국 후보자는 길어야 몇 달짜리, 제3의 이동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5인(여권 인사 3인·야권 인사 2인)으로 운영돼야 하는 합의체 기구의 취지를 훼손했다며 방통위 2인 체제 운영이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이 후보자와 여당은 그 원인을 야당 책임으로 돌렸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에서 방통위 2인 체제에 대한 불법성을 지적했는데 이 후보자가 (지난해 8월 여당 몫 방통위원으로 추천됐을 당시) 위원으로 임명됐다면 3인 체제가 돼 최소 재적인원을 충족해 야당 불법 주장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도 “책임은 국회에 있다. 야당에서 국회 개원 후 2명의 상임위원 추천하고 표결했다면 5인 체제가 완성됐을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최민희 위원장은 “방통위 2인 구성에 대해 말할 때는 조심하라. 내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을 거부당한) 당사자”라며 “이 후보자 본인만 국회에서 의결됐으면 3인 위원회가 됐을 거라고 했는데 본인만 의결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말이 되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자가 항변하자 최 위원장은 “위원이 얘기하는 데 끼어들어서 말 씹히게 하지 마라”고 되받았다.
여당은 이 후보자를 감쌌다. MBC 사장을 지낸 김장겸 의원이 “지금 공영방송의 제대로 된 역할을 방해하는 제일 큰 요소는 언론노조라고 생각한다”고 하자, 이 후보자는 “노조는 언론사 직원들의 근로조건과 복지를 위해 필요하지만 왜 민주노총 노조여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25일까지 이어진다. 대법원장이나 국무총리가 아닌 장관급 인사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이틀간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야권이 주도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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