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의 아름다움은 단정한 자세에서 시작했다 [내 인생의 오브제]
그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단순한 가꿈만은 아니었다. 반듯하고 단정한 자세가 본질이었다. 1957년 6월 7일 전 직원이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으로 야유회를 간다. 그곳에서 찍은 사진을 훗날 ‘나는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이다’라는 제목의 평전 표지로 삼는다. 아마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었나 보다. 양복에 넥타이 매고 중절모 쓴 사진, 야유회에서조차 이렇게 반듯하고 단정했다.
남산 자락 이태원에 장원이 살던 집이 있다. 1973년 준공한 가정집인데 지금은 장원기념관으로 꾸몄다. 그곳 장원이 사용하던 책상 위에 경대가 있다. 서랍을 열면 빗이 4개 보인다. 그는 그렇게 스스로를 가꿨다. 아름다움은 그의 삶이고 일상이었다. 그런데 그 빗 중 하나는 제주신라, 하나는 대한항공 마크가 있다. 어떻게 간직하게 됐는지 짐작이 간다. 알뜰하게도 비행기 탈 때, 호텔에 묵었을 때 가져온 것들이다. 참 많은 걸 말해주는 그의 소품이다.
아름다우면 소중히 대하게 되는 법. 장원에게 그건 바로 사람이었다. 경영 이념 3개 중 첫째가 인류 봉사고 둘째가 인간 존중이다. 좁히면 종업원. 그의 평전 마지막 부분에 장원이 임종을 앞두고 아들 경배에게 들려준 어머니 윤독정 여사 얘기가 나온다. 개성에서 동백기름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신여성, 그러니까 현 서경배 회장의 할머니다. “내가 객식구를 주려고 차려놓은 밥상을 그 양반이 타박하면서 발로 차버린 적 있다”고. 그게 장원 10살 때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 말했던 기억이다. 70년 동안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말이 돌아가실 때가 돼서야 튀어나왔던 것이다.
장원의 종업원에 대한 사랑은 남편보다 객식구를 더 걱정했던 그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 1960년 한 달이 넘는 프랑스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였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둘째 딸 혜숙이 큼지막한 여행 가방을 열어본다. 그 안에 들어 있었던 건 스타킹 300켤레. 딸 선물이 아니라 여직원 선물이었다. 그가 마지막 가는 길에 세 가지 걱정 말하셨는데 그중 하나가 여성 가장이었다. 그의 종업원 사랑은 크게는 인간 존중이고 더 크게는 인류 봉사, 즉 기업의 경영 이념이었다. 그 정신이 현 회장인 아들 경배로 이어지고 있다.
장원은 늘 현장서 직원들과 함께했는데 그를 곁에서 오랜 기간 모셨던 전직 임원 한 분의 증언이 장원의 진면목을 말해준다.
“장원이 젊었을 때니 꽤 오래전 일이지요. 광주를 가려면 서울역에서 아홉시 기차를 탑니다. 그래야 대전발 영오십분 목포행 완행열차를 탑니다. 그렇게 내려가 직원들과 회식을 합니다. 어느 한 사람의 술잔도 거부하지 않습니다. 열 명이면 최소 열 잔. 스무 명이면 최소 스무 잔. 물론 그 이상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빈 우동 그릇 가져오라고 하고 거기에 소주 부었답니다. 돌아가면서 원샷. 그렇게 모든 직원들을 한 식구로 만들었습니다.”
1924년 7월 14일(음력)생이니 올해가 탄생 100주년 되는 해이다. 장원 탄생 100주년을 맞아 아름다움의 본질을 생각한다.
[손현덕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9호 (2024.07.24~2024.07.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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