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TV토론 나와라, 해리스"…공화당은 ‘성별·인종 막말 경계령’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를 사실상 예약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정조준하며 최소 한 차례 이상의 대선 토론을 하자고 23일(현지시간) 제안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선언 이후 급격하게 해리스 부통령 중심으로 쏠리는 여론 흐름을 되돌려 대선 레이스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전국위원회 주관으로 마련된 현지 언론과의 통화(프레스 콜)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절대적으로’ 토론할 의향이 있다. 한 번 이상의 토론에 기꺼이 응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이든 공화당 후보이든 대선 토론을 할 의무가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해리스 부통령에게 제안 수용을 압박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한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포기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리게 된 시발점은 지난달 6월 27일 CNN 주관으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선 TV 토론이었다. 1대1 토론에서 바이든은 자주 말을 더듬거나 말없이 허공을 응시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여 인지 기능 저하 논란에 휩싸였고 그 여파로 당 안팎에서 후보 사퇴론이 거세지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트럼프는 이날 취재진 통화에서 “그(해리스)와 토론하고 싶다. (바이든과) 같은 정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트럼프가 해리스에게 대선 토론을 제안하고 나선 것은 ‘밀워키 공화당 전당대회’ 폐막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나온 바이든의 후보직 사퇴 결정으로 컨벤션 효과가 희석되는 듯한 상황을 반전시켜 보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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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ㆍ인종 공격 말라”…역풍 우려
공화당 안에서도 해리스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AP통신과 폴리티코 보도 등에 따르면 리처드 허드슨 공화당 의회 위원회 의장은 이날 오전 비공개 회의에서 해리스를 두고 ‘DEI 부통령’이라고 조롱한 팀 버쳇 하원의원 등에 경고를 하며 성별과 인종에 초점을 맞춘 발언을 하지 말라고 입단속을 했다. DEI는 다양성ㆍ형평성ㆍ포용성(DiversityㆍEquityㆍInclusion)의 영문 앞글자를 딴 말이다. 'DEI 부통령'과 같은 언급엔 해리스가 여성ㆍ흑인ㆍ인도계라는 배경 때문에 능력과 무관하게 후보직을 물려받았다는 인식이 반영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비공개 회의가 끝난 뒤 “(대선 경쟁은) ‘개인’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정책’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며 “대선에 출마하는 사람의 능력, 상대적 강점, 미국의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경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지도부가 이처럼 ‘막말 경계령’을 내린 것은 여성ㆍ흑인ㆍ아시안 유권자층의 역풍 가능성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네타냐후와 26일 만남 기대”
미국을 방문 중인 네타냐후 총리는 24일 미 상ㆍ하원 합동 연설을 한 뒤 25일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다. 해리스 부통령과도 업무 회동을 갖는다. ‘현재 권력’은 물론 민주ㆍ공화 양당을 대표하는 ‘미래 권력’ 두 사람을 각각 따로 만나며 이스라엘에 최대한 유리한 그림을 가져가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의 의회 연설을 앞두고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대 200여 명이 23일 워싱턴 DC 의원회관에서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다. 이날 ‘우리는 반대한다’(Not In Our Name) 등의 문구가 적힌 붉은색 셔츠를 입은 시위대는 의원회관 캐넌빌딩 중앙홀을 점거한 뒤 약 30분간 “전쟁을 즉각 중단하라”, “가자 지구 사람들을 살게 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다 의회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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