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풍경을 그린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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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 500m 남짓 거리를 두고 위치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미국계 리만머핀갤러리와 페이스갤러리가 이번엔 풍경화 대전을 벌이고 있다.
리만머핀에서 하는 영국 작가 빌리 차일디쉬(65)의 개인전 '이제 보호받아 나아간다(now protected, I step forth)'에서는 현실을 초월한 듯한 비현실적인 풍경화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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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머핀의 빌리 차일디쉬 개인전
페이스 갤러리의 라티파 에샤크展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 500m 남짓 거리를 두고 위치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미국계 리만머핀갤러리와 페이스갤러리가 이번엔 풍경화 대전을 벌이고 있다. 요약하면 ‘21세기 표현주의 풍경화’ 대(對) ‘4차원적 풍경화’의 대결이다.
리만머핀에서 하는 영국 작가 빌리 차일디쉬(65)의 개인전 ‘이제 보호받아 나아간다(now protected, I step forth)’에서는 현실을 초월한 듯한 비현실적인 풍경화를 만나게 된다. 차일디쉬는 영국 특유의 스산하면서도 깊고 어두운 숲의 풍경을 갈색과 녹색을 주조색으로 써서 담아낸다. 붓질의 선과 음울한 색상을 통해 내면의 쓸쓸한 정서를 표출하는 그의 작품 세계는 서양미술사에서 표현주의를 연 반 고흐와 에드바르트 뭉크를 합친 것 같다. 한국에서 4년 만에 갖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보라색이 주조색으로 새롭게 가미되면서 초현실적인 느낌이 강화된 게 특징이다. 특히 두 개의 나무 너머로 강과 하늘이 펼쳐져 있고 소용돌이치듯 하늘을 덮은 구름 사이로 하얀 해가 비현실적으로 걸려 있는 신작 ‘두 나무’는 그러한 경향을 강하게 보여준다.
페이스갤러리에서 선보이는 모로코 출신 스위스 작가 라티파 에샤크(50)의 개인전 ‘레스 알바트로스(Les Albatros)’에서는 풍경화 아닌 풍경화를 만나게 된다.
막이 올라 암전된 연극 무대에 들어선 것처럼 사방이 검게 칠해진 전시장에는 풍경을 그린 커튼 같은 게 조명을 받으며 걸려 있다. 작가는 캔버스에 나무가 있는 풍경을 그리고 그 뒷면을 까맣게 칠했다. 그러곤 검은 뒷면을 앞쪽으로 해서 내걸고는 이제는 뒷면이 된 나무 풍경이 슬쩍 앞으로 나오도록 걸쳐놓은 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삶의 번듯한 정면만 보지 말고 감춰진 이면의 풍경까지 보기를 제안한다. 긴 날개를 이용해서 아주 적은 에너지만으로도 오랜 시간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는 알바트로스는 생태계에서는 ‘바보 새’로 통한다. 현대 예술가의 고독을 주제로 한 보들레르의 동명 시에서 제목을 딴 이번 전시는 오늘날 풍경을 그린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묻는다. 두 전시 모두 8월 17일까지.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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