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체로 돌아오는 투애니원, 걸그룹 그 이상의 의미
[이현파 기자]
▲ 여성그룹 투애니원이 지난 2013년 5월 서울 방이동 올팍축구장에서 열린 '유나이트 올 오리지널스 라이브 위드 스눕독' 공연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펼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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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곡 'fire'로 데뷔한 후 2세대 걸그룹의 전설이 된 4인조 걸그룹 투애니원(씨엘, 산다라박, 박봄, 공민지)이 돌아온다. 2016년 해체를 발표하고, 2017년 마지막 발표곡 'GOODBYE'로 활동을 멈춘 지 7년 만이다.
투애니원은 오는 10월 초 서울에서 콘서트를 열고, 일본 오사카와 도쿄 등 해외 투어 역시 펼칠 예정이다. YG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2일 공식 SNS를 통해 'WELCOME BACK'이라는 문구와 함께 투애니원의 사진을 게시했다. YG 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는 YG의 향후 계획을 소개하는 영상에 직접 출연해 "투애니원 멤버들과 직접 만나 데뷔 15주년 콘서트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전형성 거부한 걸그룹
투애니원은 2000년대 후반, 2010년 초반 케이팝 역사에 큰 획을 그든 걸그룹이다. 빅뱅과 함께 'Lollipop'들 부르는 등 '여자 빅뱅'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데뷔했지만, '오직 투애니원'이 되는 데에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데뷔곡 'Fire'를 비롯해 'I Don't Care', 'Can't Nobody', 'UGLY', '내가 제일 잘 나가' 등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켰다. 2011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 & 일렉트로닉 부문을 수상했고,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마마)에서는 올해의 가수상, 올해의 노래상, 올해의 앨범상을 모두 받았다.
힙합 음악을 기반으로 일렉트로니카, 알앤비,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끌어들이면서도 대중적인 지지를 놓친 적은 없었다. 탄탄한 라이브 실력, 독특한 패션과 헤어스타일 등은 투애니원을 동 세대의 아이돌과는 차별화된 캐릭터로 만들 수 있는 근거였다. 해외의 팝스타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무대 매너 역시 한몫했다. 첫 단독 콘서트의 이름 '놀자(NOLZA!)'가 보여주듯, 이들은 무대를 잘하는 팀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 지난 2014년 홍콩 투애니원 월드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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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지상주의가 극대화된 케이팝 산업에서, 투애니원은 "난 예쁘지 않아 아름답지 않아"(UGLY 중)라고 노래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했다. 투애니원은 케이팝 그룹이 영미권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기 한참 전부터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팀이기도 하다. 2014년 발표한 정규 앨범 < CRUSH >는 빌보드 200 차트에서 61위에 올랐다. '걸크러쉬'를 내세우는 걸그룹의 원류에는 투애니원이 있다.
화려한 전성기가 무색하게 신곡의 발매 주기는 점점 길어졌다. 2015년 엠넷 MAMA에서 완전체의 공연을 볼 수 있었지만, 이후 감감무소식의 시간이 길어졌다. 2016년 4월 공민지가 YG를 떠나면서 3인조가 되고, 그해 11월 25일 해체가 공식화되었다. 멤버들은 그룹의 해체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해야 했다는 후문을 전했다. 투애니원의 복귀가 확정된 후, 산다라박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팬덤 '블랙잭'을 향해 "마음고생 많았지"라며 다독였다. 투애니원이 해체를 발표한 방식이 팬과 아티스트에게 씁쓸함을 남겼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씨엘이 투애니원 멤버들과 함께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선보였다. 당시 씨엘은 "너무 늦어지기 전에 나의 힘으로, 우리의 힘으로 다시 모이고 싶었다"며 완전체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드러냈다. 일회성 공연이긴 했지만 국내외 케이팝 팬들의 반응은 몹시 뜨거웠다. 아쉬운 퇴장 이후에도 투애니원이 케이팝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를 보여준 순간이었다.
투애니원은 걸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증명했다. 투애니원이 남긴 유산이 여전히 케이팝에서 유효하다. 그런 투애니원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들의 재결합 공연이 단순한 추억 여행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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