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한동훈과 갈등 우려에 "날 믿어달라, 잘 풀어내겠다"
“나를 믿어달라, 알아서 잘 풀어내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전한 당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당선 이후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당·정 갈등 우려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로 자신을 믿어달라며 수차례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4일 통화에서 “20년 이상 인연을 이어온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방법론이 조금 다를지라도 대화하며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대통령실에서 열리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등 여당 전·현직 지도부 간의 만찬도 “믿어달라”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드러났다는 것이 용산 참모들의 전언이다. 실제 이날 만찬은 정치권의 전례를 따져보면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지난해 3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될 당시 윤 대통령과 5일 만에 만나 만찬을 했던 점을 고려하면 접촉 시기부터 상당히 빠르다. 한 대표의 전당대회 경쟁자였던 나경원·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만찬에 함께 한다는 것도 지난해와는 다른 점이다.
이번 전당대회가 역대급 비방전이란 평가를 받을 만큼 후보 간 불신의 골이 깊게 쌓였던 터라, 경쟁자들이 이렇게 빨리 한자리에 모이는 건, 윤 대통령의 제안이 아니었다면 어려웠다는 것이 여권 내의 평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전당대회는 어느 때보다 치열했기에 오늘 만찬은 대화합의 만찬이라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찬 외 윤 대통령과 한 대표와의 독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든 것이 열려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전대 이후 서둘러 신임 지도부와의 당·정 결속에 나서는 배경으로 지난 23일 윤 대통령이 전대 연설에서 강조했던 ‘당원 중심주의’를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준비하며 참모들에게 당의 주인은 대통령도, 당 대표도 아닌 당원이라는 점을 가장 강조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현장에서 “우리 당의 주인은 당원 동지 여러분”이라며 “국민의힘과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지는 모두 당원 동지 여러분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원들이 당·정이 함께 가는 모습을 바란다면, 그에 기꺼이 따르겠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 아니겠냐”며 “앞으로의 한 대표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했다. 전날 과반 득표에 성공하며 당선된 한 대표는 당심(62.65%)과 민심(63.46%)에서 모두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다만 이날 한 번의 만찬으로 윤·한 갈등이 단숨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지난 총선 때부터 쌓인 서로 간의 불신을 두고 전대에서 배신자 논란이 제기됐을 만큼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다”는 비관적 평가도 적지 않다.
전당대회에서도 윤 대통령은 “당·정은 운명 공동체”라고 했지만, 한 대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여드리자”며 변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은 입법 독재를 벌이는 거야에 맞설 때”라며 “내부 전선이 더 확대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내는 딴 남자 애를 뱄다…'첩의 아들' 박헌영 가혹한 삶 | 중앙일보
- "나체로 다닌다" 한밤 포항 발칵…체포된 알몸녀 '범칙금 5만원' | 중앙일보
- 2000만원으로 65일 유럽캠핑…그 뒤 4인 가족에 벌어진 일 | 중앙일보
- "양궁 여자 개인전도 노메달…한국 금 5개 예상" 올림픽 깜짝 전망 | 중앙일보
- 파리 도심서 외국인 여성 집단 성폭행…올림픽 앞두고 치안 비상 | 중앙일보
- "성폭행 안했다"던 전 남친, 통돌이 세탁기 뚜껑이 밝혀냈다 | 중앙일보
- "교수님이 날…" 명문대 여성 '성적 괴롭힘' 폭로 영상에 중국 발칵 | 중앙일보
- "나이 40인데 어쩌나" 이준석 예능 출격…방송 최초 거처 공개 | 중앙일보
- 파리까지 갔는데…백웅기 인도 양궁 감독 황당 경질, 무슨 일 | 중앙일보
- 이번엔 경호원에 맞아 10대 팬 뇌진탕…소속사 "깊이 사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