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이닝 무사사구 완투승, '175승 베테랑'의 책임감 "불펜투수들 쉬게 해주고 싶었다"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올 시즌에만 두 번째 완투승을 달성했다.
양현종은 2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10차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4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팀의 8-1 승리를 견인하면서 통산 175승 및 시즌 7승을 달성했다. 투구수는 95개(스트라이크 74개, 볼 21개).
양현종은 시즌 첫 번째 완투승이었던 5월 1일 광주 KT 위즈전 9이닝 1실점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 번 완투승을 기록했다. 무사사구 완투승은 이번이 개인 통산 세 번째다.
양현종은 직전 등판이었던 17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4⅔이닝 7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했다. 6이닝 투구 이상 경기는 6월 6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6이닝 3실점)이 마지막이었다. 양현종에게 반등의 계기가 필요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초반부터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1회초 선두타자 박민우를 안타로 내보낸 뒤 권희동에게 땅볼을 유도했고, 1사 2루에서 박건우의 직선타 때 포구 이후 2루로 공을 던져 병살을 완성했다. 1회초 양현종의 투구수는 9개에 불과했다.
1회말 타선이 3점이나 뽑아내면서 탄력을 받은 양현종은 2회초를 삼자범퇴로 마감했다. 3회초에는 선두타자 박시원을 안타로 내보낸 뒤 박세혁-서호철-박민우를 모두 범타 처리하면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4회초에도 권희동-박건우-맷 데이비슨을 범타로 돌려세웠다.
5회초 1사까지 순항을 이어간 양현종은 천재환에게 2루타를 내주면서 흔들리는 듯했지만, 박시원의 땅볼과 박세혁의 뜬공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했다. 여기에 타선이 5회말에만 3점을 추가하면서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양현종은 6회초 선두타자 서호철에게 홈런을 헌납하면서 무실점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박민우-권희동-박건우로 이어지는 타선을 범타로 잡아냈고, 7회초와 8회초를 삼자범퇴로 매듭지으면서 NC의 추격을 저지했다.
8회초까지 90구도 채 던지지 않은 양현종은 9회초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주원에게 좌익수 뜬공을 유도했고, 박한결의 삼진으로 완투승까지 아웃카운트 한 개만을 남겨놓았다. 양현종은 2사에서 박건우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면서 완투승을 완성했다.
경기 후 양현종은 "(부진을) 잊었기 때문에 (직전 경기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건 지나간 일이었고 오늘(23일)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초반부터 타자들이 점수를 잘 뽑아주면서 긴 이닝을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화요일에 선발 등판하는 투수가 9이닝을 책임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양현종은 "정재훈 투수코치님께서도 '28일(일요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또 던져야 하니까 그만하는 게 좋겠다'고 했는데, 나로선 8회에 등판할 거면 차라리 9회까지 던지면서 불펜투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다"며 "코치님과 이야기를 나눴고, 만약 주자를 내보낸다면 교체될 수 있다고 했다. 감독님, 코치님께서 이 부분에 대해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9회초에도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최대한 템포를 빠르게 가져갔고, 또 공격적으로 투구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공격적으로 투구하는 게 내 스타일이고, 그렇게 투구해야만 야수들이 수비하는 동안 서 있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면 상대 팀 투수들도 힘들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수들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양현종은 "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다. 박건우 선수뿐만 아니라 잘 맞은 타구가 있었는데, 야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완투는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수비의 도움, 또 타자들의 활약이 다 더해져야 완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운이 많이 따른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마지막까지 이닝을 책임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양현종은 "한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긴 하지만, 투구수는 크게 문제 없다. 많이 던진다고 해서 힘이 들거나 그런 부분은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첫 완투와 비교했을 때 느낌은 비슷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또 양현종은 "3~4회까지 투구수가 적었고, 또 상대팀이 공격적으로 들어오고 우리 팀이 득점을 냈을 때 어느 정도 막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등판 때 좋지 않은 모습으로 내려오기도 했고 정재훈 코치님께서 길게 보지 말고 한 이닝씩 잘라서 생각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래서 5회까지 던지다 보니까 투구수도 적었고, 우리 팀이 6회말에 점수를 뽑으면서 완투에 욕심이 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양현종은 중계방송사, 구단 자체 MVP에 선정됐으며, 취재진과의 만남을 포함해 총 세 차례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인터뷰를 이렇게 많이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최소 타석 사이클링 히트를 만든) (김)도영이가 워낙 좋은 기록을 세우기도 했고, 잘하지 않았나. 팀에 큰 도움이 됐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인터뷰를 하겠다"며 밝은 표정과 함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KIA 타이거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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