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윤석열의 내로남불, 수사지휘권 뺏길 땐 그리 반발하더니
[이충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4.7.23 |
ⓒ 연합뉴스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이원석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미복원 문제가 불거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관련 공약 파기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대선 때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약속하고도 이번 김건희 여사 수사에서는 돌려놓지 않은 데 대한 비판입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최근 이 총장의 도이치 사건 지휘권 회복 요청을 거부한 것이 사실상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라는 주장입니다. 법조계에선 박 장관의 결정에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했을 거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검찰총장 때는 수사지휘권 박탈에 격분한 윤 대통령이 정작 김 여사 수사에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인정하지 않는 데 대해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격하게 반발했습니다. 당시 윤 총장의 지휘권이 배제된 사건 대다수는 본인과 부인, 장모 관련 사건이었습니다. 검찰총장 가족과 관련된 사건 수사에 지휘권을 행사하면 이해충돌 소지가 있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였습니다. 그런데도 윤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위법한 것은 확실하다"고 항의했습니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도 그때 나왔습니다.
집권 후 사라진 윤 대통령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
이런 반발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대선 후보 때 기자회견까지 열어 "검찰의 독립성,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정부처럼 수사권을 마치 혁명 도구처럼 쓰는 사고 방식을 가진 정권은 처음 본다"고도 했습니다. 당시 검찰도 윤 후보의 공약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검찰 역시 법무부 장관이 사건의 구속과 기소 여부를 두고 검찰총장을 지휘, 감독하는 것은 검찰의 독립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공약은 집권 후 사실상 공염불이 됐습니다. 공약대로라면 이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박탈됐으니 원래대로 회복시키는 것이 합당합니다. 검찰총장의 정당한 지휘권을 훼손된 채로 놔두는 것 자체가 법무부 장관의 또다른 지휘권 행사에 해당된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해석입니다. 장관의 수사 관여를 근절할 의지가 있다면 우선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복원한 뒤 일체의 수사 개입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시각입니다.
그간 윤 정부 법무부 장관들은 교묘한 논리로 책임을 회피해왔습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면서 빠져 나갔고, 박성재 장관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지휘권의 행사는 극도로 신중해야 할 권한'이라며 딴소리를 했습니다. 법무부는 수사지휘권 문제가 논란이 되자 "검찰총장 수사지휘 배제를 원상회복하는 것도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행사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에 회복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의 입장은 윤 대통령의 공약 파기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법조계에선 수사지휘권 미복원에는 이원석 검찰총장의 책임도 크다는 견해가 나옵니다. 도이치 사건 수사지휘 배제는 김 여사의 남편인 당시 윤 총장에게 내린 것이므로 후임 총장과는 관련이 없는데도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는 주장입니다. 검찰총장 교체로 문제가 해소된만큼 이 총장이 취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수사지휘권 복원에 나섰어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 2년 가까이 김 여사 수사를 방관하다 임기를 두 달 남기고 수사지휘권 복원을 요청하는 건 그간 권력의 눈치를 봤다고밖에 볼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차제에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논란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만 돼있습니다. 문제는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는 '구체적 사건'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별도 해석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런 이유로 언제든 정쟁의 소재로 쓰일 소지가 다분한 게 현실입니다. 법조계에선 수사지휘 배제의 법적효력이 언제까지 유효한지, 수사지휘권 발동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요양원은 믿을 만한 곳일까? 처참한 '노인학대'의 현실
- 기습 재선출된 류희림... "차량으로 사람 치려" 보복운전 논란까지
- 한동훈 "채상병 특검, 제 뜻은 같다", 당정 살얼음 예고
- "부모가 무서워 도망친 그들, 이젠 실태조사할 때 됐다"
- 원희룡은 망했다
- '이 사람이 아닌가벼!'... 경찰, 엉뚱한 사람에 압수수색 영장 청구
- 광고 얘기만 주구장창, 조세호 유튜브 실망입니다
- '관용차'로 서울 간 이진숙, 왜 서강대 인근서 법카 긁었을까
- 폭우 피해 속출하는데, 윤 정부의 무모함이 두렵다
- 용산은 등돌렸고 야당은 으르렁... '고립무원' 한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