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율 역전' 해리스…첫 대선 유세서 트럼프 정조준(종합)

뉴욕=권해영 2024. 7. 24.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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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선 후보 수락 연설한 밀워키 출격
검사 對 범죄자 부각…"트럼프 유형 잘 알아"
"트럼프 낙태 금지령 중단할 것"
美 민주 지도부, 해리스로 지지 표명 잇달아
로이터 조사…해리스 44%·트럼프 42%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실시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첫 대선 유세 장소로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밀워키를 선택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對) 해리스' 구도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범죄자로 부각하고 낙태권, 노조, 경제정책 등에서 대립각을 세웠다. 양측 간 초박빙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날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면서 백악관행 티켓을 놓고 향후 3개월간 민주·공화당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최대 도시인 밀워키에서 "오늘 아침 민주당 후보 지명을 위한 충분한 대의원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들었다"며 "앞으로 몇 주간 우리 당을 통합해 오는 11월 선거에서 승리할 준비를 하겠다고 여러분께 맹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는 "자율과 혼돈 사이의 선택"이라며 "우리는 모든 사람이 그럭저럭 살아나가는 게 아니라 앞서나갈 기회를 갖는 미래를 믿는다"고 말했다. 자신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가 비전을 '미래 대 과거'로 규정한 뒤 "우리는 미래를 위한 싸움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맞대결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도 이틀 연속 이어갔다. 해리스 부통령은 검사로서 경력을 언급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결 구도를 '검사 대 범죄자' 구도로 정의,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과 관련 지난 5월 말 뉴욕 법원에서 34건의 혐의가 인정돼 유죄 평결을 받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 (검사) 역할에서 난 온갖 종류의 범죄자를 상대했다"며 "여성을 학대하는 포식자, 소비자를 속이는 사기꾼, 이익을 위해 규칙을 어기는 협잡꾼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어 "난 도널드 트럼프 같은 유형을 안다"고 또 한 차례 강조했다.

낙태권 보호, 노조 보호, 중산층 위주 경제 등 조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정책 공약도 밝혔다.

그는 "우리는 트럼프의 극단적인 낙태 금지령을 중단할 것"이라며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며,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지 지시해선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회가 생식의 자유(낙태권 보장 등)를 회복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 미국 대통령으로서 그 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사실상 첫 유세 장소로 선택한 밀워키는 지난 15~1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정식인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곳이다. 민주당 새 대선 후보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한 곳에서 첫 유세에 나섬으로써 그와의 대결 의지를 강조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경합주인 위스콘신을 대선 주요 승부처로 여긴다는 의미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민주당 상·하원 핵심 지도부의 지지까지 얻으며 사실상 대선 후보 공식 지명만 남겨두고 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해리스 부통령을 민주당 새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전날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에 이어 민주당 원로와 지도부가 모두 해리스 부통령 지지 행렬에 동참했다. 앞서 민주당 중진 의원과 당내 대선 후보 잠룡들은 일찌감치 해리스 부통령 곁에 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미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대의원 지지를 확보했다. 전날 AP통신 자체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대의원 2668명이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해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 넘버(단순 과반)'인 1976명을 훌쩍 넘겼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는 바이든이 선거에서 물러나며 그녀를 지지하기로 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오는 11월 트럼프의 대항마로 민주당에서 거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민주당은 바이든의 재앙적인 토론 성과에 대한 대책을 둘러싼 몇 주간의 내분 끝에 단결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제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를 꺾는 임무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 대선 대진표가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와 눈길을 끈다.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22~23일 유권자 101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양자 가상대결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지지율 44%를 기록해 트럼프 전 대통령(42%)을 2%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오차범위 ±3%포인트). 지난 1~2일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1%포인트 우위였고, 15~16일 조사에선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44% 동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1일 바이든 대통령 사퇴 후 실시된 조사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지지율 역전에 성공했다. 무소속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 등 다자 가상대결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42%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38%)을 4%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또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56%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정신적으로 예리하고 도전에 대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은 49%였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81세의 바이든 대통령에서 59세의 해리스 부통령으로 바뀔 것이 확실시되면서, 이젠 고령 논란이 78세의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할 수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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