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외투자개발 수주 지원…건설업계 키운다
송금종 2024. 7. 24. 06:01
국토교통부가 해외건설 4대 강국 진입을 위한 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23일 국토부가 발표한 ‘해외투자개발활성화방안’ 요지는 민간 건설사 해외투자개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부가 사업을 발굴하면 민간이 투자와 시공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도급중심 산업 고부가가치화
올해 해외건설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4.3% 성장한 14조5000억달러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해외건설시장은 인프라 신증설 및 주택도시개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프로젝트 재정 부담을 고려해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투자개발 사업이 지속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외건설순위는 2022년 기준 세계 5위로 해외건설 역량은 계속 오르고 있지만 도급(94.7%, 2019~2023년)에 쏠려있다. 중국·튀르키예 등 타국과의 경쟁이 심해 수주여건도 악화한 상황이다.
반면 투자개발 사업은 기획부터 개발·금융조달·시공·운영관리 등 사업 전 단계를 주도할 수 있다. 도급과 달리 추가 사업 수주를 기대할 수 있고, 공기를 단축해 각종 비용을 절감하며 조기 매출창출 등 수익성 개선도 가능하다.
또한 전반적인 프로젝트 경영능력을 요구하는 만큼 경쟁이 제한적이라 수주확률이 높고 출혈경쟁 우려가 적다. 업계에 따르면 도급사업 경쟁률은 5대 1에서 많게는 10대 1인데 반해 투자개발 사업 경쟁률은 3대 1 수준이다.
국내 여건도 마찬가지다. 공사비 상승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로 건축 인허가와 수주액이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에 해외건설 산업을 고부가가치화 하고 건설 전 분야 패키지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상위 시장인 해외투자개발 활성화 추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민관협력 거버넌스 확립·패키지 강화
정부는 2030년 수주 1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3개 전략·10개 세부 추진 방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우선 전략국가와 프로젝트를 선정한 다음 매년 사업 지원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이 선도 투자자로 나설 수 있도록 역할을 강화한다. 참여기관은 경영평가에 인센티브를 주고 사업 특성을 고려한 기관 예비타당성조사 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투자개발 전문기관인 해외인프라도시개발공사(KIND) 기업지원 기능도 확대한다.
KIND 지분투자 비중을 최대 50%까지 늘리고 대주주 참여도 허용한다. 건설사가 참여하면 시공이익 수준에서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대주주로서 참여가 곤란하다. 투자요건도 유관산업 동반 진출효과를 함께 고려하도록 개선한다. 나아가 우리기업이 재투자할 수 있도록 KIND 지분인수 문을 열어준다.
정부는 사업 수익성 향상과 기업 부담을 줄이고자 공적개발원조(ODA)·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연계한 패키지 지원도 한다. 상업성이 없는 부분은 수원국 정부가 EDCF를 활용한 재정 발주 사업으로, 상업성이 있는 부분은 우리 기업이 사업 시행자인 투자개발사업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우리 기업의 해외 플랜트·인프라·스마트시티 투자개발사업 진출을 지원하는 PIS 2단계 펀드를 1조1000억원 규모로 신규 조성한다. 수출입은행의 수출금융 등 정책금융 지원도 병행한다.
정부 간 협력을 기반으로 민관 공동사업을 진행하는 도시성장 동반자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전문 공공기관이 디벨로퍼로서 먼저 사업을 발굴하고, 민간 건설사가 지분 투자와 시공 수주를 추진하는 형태다. 이후 공공기관이 개발부터 준공, 입주까지 기업을 지원한다. 정부는 베트남 박닌성 일대에 판교 규모 신도시를 만드는 ‘박닌성 동남신도시’를 도시 수출 1호 프로젝트로 추진한다.
투자 사업은 도급과 달리 국가상황에 따라 자금 회수가 불확실한 경우가 존재한다. 정부를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 단계별 리스크 관리도 추진한다. 핵심국가 심층정보를 제공하는 전담 창구를 KIND와 해외건설협회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국가별 특성에 따른 회수 및 재투자 방안 등 사업초기부터 리스크 관리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타당성 조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시공능력평가 반영·수주통계 개선
정부는 민간기업 투자사업 역량도 강화한다. 인센티브 제공을 위해 시공능력평가에 해외투자개발 사업 실적을 포함하고 수주 시 경영 평가액에도 반영한다. 기업이 개별 사업 특성에 맞춰 수주실적을 용이하게 보고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해외투자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포트폴리오 한 축을 맡고 있다”라며 “정부에서 지원을 더 해줄 수 있다면 기회를 더 창출할 수 있어서 민간 기업 입장에선 좋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대신 사업을 발굴해주니까 소규모 기업도 원활하게 사업을 할 수 있다”라며 “많은 시공사를 지원해서 해외건설 붐을 일으키려는 목적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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