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코코넛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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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야자수 열매를 가리키는 단어인 코코넛(coconut)은 미국 주류 문화에 동화되려 애쓰는 남아시아나 동남아시아계 미국인들을 가리키는 속어로도 쓰인다.
껍질이 갈색인데 속은 새하얀 코코넛처럼 피부색은 아시아계이면서 백인처럼 행동하는 이들을 비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이던 코코넛이 미국의 첫 여성이자 아시아계 대통령을 배출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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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야자수 열매를 가리키는 단어인 코코넛(coconut)은 미국 주류 문화에 동화되려 애쓰는 남아시아나 동남아시아계 미국인들을 가리키는 속어로도 쓰인다. 껍질이 갈색인데 속은 새하얀 코코넛처럼 피부색은 아시아계이면서 백인처럼 행동하는 이들을 비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바나나(banana)나 트윙키(twinkie·겉은 노랗고 속은 흰 크림인 과자)도 비슷한 의미의 속어다.
흑인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짙은 갈색 피부여서 코코넛이란 단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 어린 시절 어머니의 교육을 주로 받으며 인도계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화통한 웃음과 공개석상의 춤추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괴짜’로 각인되기도 했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 주자로 떠오른 그가 과거 ‘코코넛 나무’를 언급한 한 영상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백악관에서 열린 교육 행사 연설에서 그는 “어머니는 ‘너희 젊은이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너희가 방금 코코넛 나무에서 뚝 떨어진 것 같니’라고 말씀하시곤 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누구나 앞선 세대가 일군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는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의 일화였다.
속어로도 쓰이는 코코넛이란 단어가 괴짜 이미지의 바탕이었던 호탕한 웃음과 함께 편집된 탓에 영상은 당시엔 조롱감이 됐다. 그런데 이 영상이 어느 순간 권력서열 2위인 부통령의 소탈한 모습으로 각인되면서 ‘밈’(meme·인터넷 유행 문화 요소로 유전자처럼 변이 등의 과정을 거쳐 진화한다)으로 발전해 SNS에 퍼졌다. 요즘 온라인에서 그가 언급되면 코코넛 사진이나 ‘방금 코코넛 나무에서 떨어진 것 같니’란 댓글이 잇따라 올라온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이던 코코넛이 미국의 첫 여성이자 아시아계 대통령을 배출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 조롱으로 시작된 밈이 진화를 거쳐 지지를 증폭시키는 수단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올해 미국 대선의 한 가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정승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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