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어쩌면 삶의 힘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식인의 말과 말이 부딪쳐 수개월째 소란한 세상에서 꿋꿋하게 투병 중인 암 환자의 병상 일기를 읽었다.
수술이 끝나면 다음에는 뭐가 있느냐는 환자의 물음에 의사는 당연하다는 듯 삶이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삶이 있다는 의사의 말에는 알싸한 약품 냄새 없이도 가을 낙엽처럼 조락하는 생을 다시 푸르게 만드는 온기가 배어 있었다.
꼭 그녀가 삶의 환대를 받았다는 소식으로 병상 일기를 끝맺기를 응원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식인의 말과 말이 부딪쳐 수개월째 소란한 세상에서 꿋꿋하게 투병 중인 암 환자의 병상 일기를 읽었다. 수술이 끝나면 다음에는 뭐가 있느냐는 환자의 물음에 의사는 당연하다는 듯 삶이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길고 질긴 항암치료나 듣기만 해도 겁나는 합병증 같은 무거운 설명은 잠시 뒤로하고. 삶이 있다는 의사의 말에는 알싸한 약품 냄새 없이도 가을 낙엽처럼 조락하는 생을 다시 푸르게 만드는 온기가 배어 있었다. 꼭 그녀가 삶의 환대를 받았다는 소식으로 병상 일기를 끝맺기를 응원한다.
인생에 피해갈 수 없는 관문 중 하나는 가까운 사람을 잃는 경험이다. 죽음의 이미지는 복구할 수 없는 영원한 단절과 연결돼 상실에 치인 가슴을 더욱 저미게 한다. 몇 번의 상실을 겪은 뒤 나는 육체가 원소로 분해되고 자연에 환원되는 생물학적 현상으로 죽음을 받아들였다. 이 결정은 무너진 감정을 달래 곧추세우는 가장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위로였다. 그런 내게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우면 지금껏 돌아온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겠느냐’는 소설가 야콥 하인의 글은 곱씹을수록 쓴맛이 났다. 이성과 논리가 절대 우위에 선 사회풍토에 길들여 있으니 삶을 심미적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자못 부러웠다. 인생에 품고 있던 상상력과 낭만이 내게서 메말라가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과거보다 살기 편리한 세상에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으니 스스로 꽤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편리함을 얻기 위해 숨 가쁘게 달리고 이리저리 치여 고단한 것도 사실이다. 안주하기도 버거운 현실에 상상력과 낭만은 민들레 홀씨처럼 쉽게 흩어져 사라진다. 칼바람에 맞서서 삶을 더 깊이 음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란 쉽지 않지만, 감히 말해 본다. 추상과 관념에 대한 사유는 상상력과 낭만이 어우러져 빚어지는 거라고. 온화한 상상력과 다감한 낭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삶을 삶답게 만드는 힘인지도 모른다고.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양재역서 작업하던 노동자 사망 …두 달새 세 번째
- “생존 확률 3%였대요” 8차선 도로 위, 시민 살린 경찰 [영상]
- 허웅 전 여친, ‘은퇴 선언’ 카라큘라 고소…명예훼손 혐의
- [단독] ‘욕 너무 먹네…’ 동탄서, 결국 자유게시판 폐쇄
- [단독] ‘검찰총장 패싱’…자택 찾아간 중앙지검장, 총장은 안 만났다
- “하루 만에 1100억?”… 바이든 사퇴 후 후원금 ‘역대급’
- 축구협회 “홍명보 선임, 특혜 없었다”
- “감기약 안 먹어?” 뇌종양 앓는 세 살 때린 어린이집 교사
- “너네 나라로 돌아가!”… 외국인 유학생 알바에게 폭언 취객
- “경호원이 머리 구타” 변우석 이어 크래비티도 ‘과잉경호’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