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情談] 인간에 대한 예의

2024. 7. 2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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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규 소설가·목사

자정능력 상실한 1인 미디어
기성 언론 대체할 명분 잃어
배려의 콘텐츠로 대안 찾아야

최근 ‘1000만 먹방 유튜버’ 쯔양을 둘러싼 의혹에 관한 파장이 화제 수준을 넘어 버렸다. 사이버 레커로 불리는 몇몇 이슈 유튜버들이 쯔양의 과거를 빌미로 공갈·협박하는 과정에서 금품수수가 발생했다는 의혹 제기는 빠르게 사회적 공론화의 과정을 거쳤고, 이례적 속도의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급기야 플랫폼에서 이슈 유튜버의 수익 정지 조치까지 감행한 상황이기에 사태의 심각성이 보통에 머무르는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그와 함께 새삼, 아니 궁극적으로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1인 미디어에 관한 질문을 제기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유튜버란 호칭 자체가 직업이 된 요즈음 본래 레거시 미디어와 1인 미디어의 차별성 차원에서 지금까지는 1인 미디어의 순기능에 주목했던 것을 볼 수 있다. 획일적 선동이나 다수의 여론 소개에만 집중하는 아쉬움, 집단지성으로서의 밀도 있는 성찰이 이뤄지지 못하는, 획일화된 공론장에 머무르던 레거시 미디어의 효과적 대안으로 1인 미디어가 주목받는 현상을 환영해 마지않았다. 실제로 여러 분야에서 유튜버의 활동이 검열을 최소화하고,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하면서 SNS 사용자 다수의 긍정적 소통 창구로 기능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런 1인 미디어가 자정 능력을 빠르게 상실하고 있다. 이 과정에 관한 깊은 당혹감과 함께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자정 능력 상실 이유가 과연 1인 미디어 자체가 가진 검증되지 않은 아마추어의 한계에서 오는 비극인지, 아니면 보편적인 욕망 추구, 인간에 관한 지독한 무례함이 스며들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조심스럽지만 필자의 생각은 후자에 기울어 있다.

자극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인간에 관한 기본 예의가 가파른 속도로 소멸하고 있다. 미디어의 본래 기능인 알권리가 도를 넘어 인간을 화제의 중심에만 부각하는 역기능의 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인간에 관한 예의가 사라진 자리를 대신하는 건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를 빙자한 이슈에의 집착, 구독자 수집을 위한 관심끌기뿐이다. 결국 도덕적 해이만 남은 게 아닌지 하는 씁쓸한 우려만 있는 셈이다.

쯔양을 둘러싼 공방의 핵심에서 쉽게 간과되는 게 있다. 바로 피해 당사자를 향한 세심한 접근과 배려의 문법이다. 논쟁의 핵심을 관통하는 건 교제폭력과 성인지 감수성 부재, 여성을 성적·경제적으로 착취하는 구조적 악에 관한 집단지성적 성찰이다. 이런 근본적 성찰이 빠진 자리에 또 다른 이슈 유튜버, 1인 미디어가 득세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들 역시 정의와 알권리를 주장한다. 하지만 사이버 레커들이 쯔양을 어떻게 협박·갈취했는지, 쯔양이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에 관해 강박적일 만큼 선정적·전시적 이슈 몰이에 매달리는 걸 보게 된다. 결국 이들 역시 말로는 정의와 공분을 부르짖지만 피해자와 피해 상황에 관한 차분한 원인 분석과 해결책 모색으로 연결돼야 할 인간에 대한 예의가 사라진, 말초적이고 직관적인 볼거리에만 함몰되는 악순환의 반복이 아닌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레거시 미디어의 대안으로 1인 미디어가 대두된 것을 외면해선 안 된다. 또 새로운 플랫폼에 담긴 표현의 다양성과 모두가 미디어 환경에 참여하는 민주적 소통 구조에로의 변화 역시 부정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아무리 디지털 미디어의 형식과 플랫폼의 진화가 빠르게 가속화돼도 남는 건 인간을 향한 관심, 인간다움에 관한 따뜻한 배려의 콘텐츠가 아닐까.

인간을 이야기하는 기본 미덕은 인간다움을 지속하는 기본 요소인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 시작된다. 비난과 혐오의 문법을 반복하는 소모적 태도가 아닌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상기하는 성찰이 선행되는 1인 미디어의 자기 갱신을 기대해 본다.

주원규 소설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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