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생 한동훈에 당황하셨어요? [김성탁의 시시각각]
국민의힘 새 당 대표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뽑혔다. 전당대회 내내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단연 한 대표의 발언이었다. 법무부 장관 때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던 그가 여권 인사들과 충돌했다. 명품백 수수 의혹 사과와 관련해 김건희 여사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읽씹’ 논란이 하나다. 그는 "영부인과 사적 방식으로 정무적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나경원 후보와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요청 공방은 더 뜨거웠다. 장관 시절 취소 부탁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나 후보가 개인 차원이 아니라고 몰아세웠지만, “민주당 사건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이 사건에만 개입해야 한다는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기소 책임을 추궁하자 “기소한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인 건 알고 계시죠?”라고 반문했다.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인사들에게 이런 태도는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과거 발언을 살펴봤다. "저는 선당후사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선민후사해야 합니다. ‘국민의힘’보다 '국민'이 우선입니다"(비대위원장 수락 연설).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이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다"(총선 패배 후 페이스북).
이런 태도는 반발을 불렀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총선 패배를 두고 '철부지 정치 초년생 하나가 셀카나 찍으면서 나 홀로 대권놀이' '어린 애' 등의 표현을 썼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그를 향해 "어린 놈"이라고 했었다. 대다수 정치인에 비해 그가 어린 게 맞다. 1973년생이다.
50대에 접어든 1970년대생은 'X세대’로 불린다. 90년대 대학을 다닌 이들은 외환위기 전까지 풍요의 시대를 누린 첫 번째 세대다. 86세대 등으로부터 ‘버릇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세대 이름이 'X'가 된 것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세대’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승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서에서 산업화 세대와 86세대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동안 X세대는 ‘권한도 없는 기성세대’가 됐다고 평했다. 다른 한편으로 마크로밀엠브레인 조사에선 ‘조직에 대한 충성 강요는 꼰대질’이냐는 질문에 X세대의 42.4%가 그렇다고 답해 더 젊은 세대보다도 높았다. 한동훈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낀 세대’의 정치무대 본격 등장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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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릇 없다'는 X세대의 주류 진입
김 여사 출장조사 등에 입장 내야
의료 갈등 풀고 정책 경쟁 나서길
」
이런 특징이 어디로 튈지는 미지수다.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로 뽑힌 데에는 지지자들의 절박함이 바탕이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인사 중엔 “보수가 궤멸할 지경인데 재건을 맡길 사람이 한동훈밖에 없다”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자기편을 무조건 지키려는 정치만으로는 X세대의 진입 의미를 살릴 수 없다.
당장 그의 대응이 궁금하다. 69년생으로 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법연수원 동기 이원석 검찰총장을 패싱한 서울중앙지검의 김 여사 조사는 잘못된 것인가, 아닌가. 검찰총장 시절 당했던 패싱에 윤 대통령은 ‘식물 총장’이라고 항의했고,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하극상이라며 지검장 파면을 요구했었는데, 어떤 입장인가. 채 상병 특검을 대법원장이 추천하자고 한 제안은 추진할 것인가, 아니면 국면 전환용 방법론일 뿐이었나.
여당 대표는 말만 그럴싸하게 한다고 될 자리가 아니다. 국민 삶과 밀접한 현안을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총선 때 중재해 보겠다고 나섰다가 용두사미로 그친 의대 증원 관련 갈등부터 풀어내기 바란다. 대규모 증원만 했을 뿐 대통령실과 정부가 해법을 찾지 못하는 사이 전공의가 없어 대학병원 응급실조차 환자를 받지 못하는 지경이다.
야권도 긴장해야 한다. 여당이 용산을 제대로 견제하면 반사이익은 사라진다. 민주당은 박용진 같은 70년대생 정치인을 공천에서 배제했었다. 여당이 4050 민심을 파고들 경우 대응 전략은 있나. '73년생 한동훈'이 저출산 대책, 연금·교육 개혁, 미래성장산업 개편, 양극화 해법 마련 경쟁을 촉발하기를 기대한다.
김성탁 기획취재2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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