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난데없는 ‘핵잠 소동’의 숨은 주역
“파파로 인도태평양 사령관의 인터뷰 언급은 원론적 수준으로 이해한다. 원자력추진 잠수함 확보는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핵 추진 잠수함 도입과 관련한 지난 16일 국방부의 설명이다. 새뮤얼 파파로(60·미 해군 제독) 미국 인태 사령관의 지난 11일 국내 언론 인터뷰에 대한 입장인데, 대다수 보도가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게 문제다.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 기간 중 국내 언론을 만난 그의 입장은 ▶잠수함 전에서는 역량을 효율적으로 결합해 동맹을 방어하는 게 중요한데 ▶만약 작전 분석 결과 한국의 핵잠 보유가 이에 부합한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어떤 식으로든 할 말이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현장에서 그를 직접 인터뷰한 중앙일보는 이를 ‘정중한 부정’으로 해석했다. 한국의 핵잠 도입은 “매우 수용하기 어렵다”(6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는 게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비공식적이지만, 한·미 양측으로부터 본지의 해석이 맞는다는 확인도 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매체들이 “한국의 핵잠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숨은 주역’은 대통령실이었다. 친절하게도 파파로 사령관의 인터뷰 답변 영어 원문과 ‘비공식 번역본’을 출입기자단에 제공했는데, “작전 분석 결과 이러한(핵잠 도입) 믿음이 생긴다면 추후에 추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번역했다. “역량을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발언은 “한·미 양국이 전력을 통합하는 게 중요하다”로 번역됐다. 없던 주어가 생겼다.
덕분에 파파로 사령관이 애초에 ‘사슴’이라고 한 것을, 국내 언론들이 ‘말’로 보도하고, 국방부가 다시 이를 ‘사슴’으로 바로잡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런 과정에서 대통령실은 기본적인 보도 준칙도 무시했다. 당시 각기 비용을 부담해 현장을 취재한 건 중앙일보 포함 7개 매체뿐이었다. 파파로 사령관도 그렇게 이해하고 인터뷰에 응했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7개 매체의 독점적인 취재 내용을 동의도 구하지 않고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전체에 제공했다. 기자 생활 22년 차에 본 적 없는 초식이다. 이 때문에 파파로 사령관은 졸지에 만난 적도 없는 ‘국방부 출입기자단’ 전체와 인터뷰한 것처럼 일부 보도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 동맹이 공고해진 게 이를 오·남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해프닝도 자꾸 쌓이면 큰 오해로 이어질 수 있다.
유지혜 외교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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