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비양심 알박기

위성욱 2024. 7. 2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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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욱 부산총국장

지난 1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귀곡동 해안도로. 경남에서 ‘귀산 카페거리’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마산 앞바다와 마창대교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어서 연중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이 도로변은 요즘 차를 세우고 바다 풍경을 즐기기가 쉽지 않다. 시민 누구나 편하게 주·정차할 수 있도록 갓길에 흰색 실선이 그어져 있지만 이곳에 이른바 ‘알박기 캠핑카·캐러밴’이 대신 점령해서다.

특히 야간 경관 명소인 마창대교가 보이는 ‘명당’ 자리는 차 한 대가 들어갈 빈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곳 840m 구간 도로변을 따라 주차된 캠핑카와 캐러밴 트레일러 등은 30대에 달했다. 하지만 캠핑카와 캐러밴을 둘러봐도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짙은 선탠이나 햇빛 가리개로 차창을 가린 캠핑카·캐러밴 내부는 인기척이 거의 없었다. 주인 없이 자리만 차지한 몇몇 캠핑카 등에는 ‘CCTV 녹화 중’이란 경고 문구도 적혀 있었다.

창원시 귀산 카페거리에 주차된 캠핑카와 캐러밴. 안대훈 기자

귀산 해안도로가 이런 알박기로 몸살을 앓은 건 수년 전부터다. 원래 이곳은 횟집만 군데군데 있어 한산한 곳이었다. 한때 고등어나 도다리 등 물고기가 잘 잡혀 주말과 휴일에 낚시꾼들이 몰려들기도 했지만, 평일에는 식사 후 산책을 즐기는 가족 단위 시민들이 찾던 곳이다. 그러다 2016년부터 대형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하나둘 대형 카페가 들어서면서 창원 가로수길과 함께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이후 2020년을 전후로 캠핑카와 캐러밴이 드문드문 나타나다 지금은 사실상 해안도로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들 캠핑카와 캐러밴이 점령하고 있는 갓길이 주·정차 단속 구간이 아니어서 그동안 자치단체가 손쓸 방법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창원시 성산구는 장기 주차 중인 이들 알박기 차들을 단속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다음 달 말부터 귀산 카페거리 중 명당으로 불리는 ‘840m’ 구간을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설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곳에서 주·정차를 하다 적발되면 과태료 4만원을 내야 한다.

성산구청 관계자는 “주·정차 과태료는 하루에 한 번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음 날 또다시 적발되면 또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며 “하지만 금지구역이 되더라도 주중 오전 10시~오후 10시까지, 주말에는 주차가 가능하도록 탄력적으로 운영해 다른 방문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장기 불법 주차는 근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캠핑카 등의 알박기는 전국적인 문제다. 전국 무료 공영주차장마다 이런 알박기 차량이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이런 알박기 차량을 근절해 나가야겠지만 이보다 차주 스스로가 알박기가 몰염치한 행위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위성욱 부산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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