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컷] 정이삭 재난 영화 미국 열광한 이유

나원정 2024. 7. 2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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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문화부 기자

영화 ‘미나리’(2020)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의 블록버스터 데뷔작 ‘트위스터스’(사진)가 북미 흥행 1위에 올랐다. ‘투모로우’(2004)의 재난영화 오프닝 신기록을 20년 만에 깼다.

올가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 몸살 중인 현지에서는 정치색을 빼고 돌아온 재난영화가 대중과 통했다는 흥행 분석이 나온다. 올해 들어 미국 영화계는 ‘색깔론’이 거셌다. ‘미나리’의 배급사 A24가 올 4월 개봉한 가상 전쟁 소재 영화 ‘시빌워’, 이어 5월 칸영화제 초청작 ‘어프렌티스’는 모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간접적으로 풍자해 화제가 됐다. 그에 반해 ‘트위스터스’는 토네이도를 쫓는 이들의 사랑과 생존을 그렸다. 1996년 헬렌 헌트, 빌 팩스톤 주연으로 한국에서도 크게 흥행한 원작의 리부트판이다. 미국 중부지역의 단골 자연재해 토네이도를 실감 나게 묘사했다.

통상 뉴욕·LA 극장들에서 최고 매출을 올리는 것과 달리 ‘트위스터스’는 오클라호마·녹스빌·샌안토니오 등 중부 지역 극장에서 전국 최고 매출이 나왔단다. 대다수 블록버스터 영화 배경이 대도시에 쏠렸다면, 시골을 무대로 현지 주민들의 생활상을 그린 점도 호응을 얻었다. ‘미나리’에서 미국 아칸소 농촌 마을에 갓 이민 간 한인 가족을 그린 정 감독이 초대형 텐트폴 영화에 낙점된 이유다. 그가 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 앞에서 사전 프레젠테이션 때 선보인 영상도 1996년 원작과 ‘미나리’를 섞은 편집본이었다. 정이삭 감독표 자연 앞 진솔한 생존담이 또다시 통했다.

결국 할리우드의 ‘쏠린 시선’에 갈증이 있던 관객들의 호응이 예상을 뛰어넘는 돌풍을 일으켰다. “도시 밖에도 관객이 있다”는 새삼스러운 명제에 할리우드가 술렁이고 있다.

나원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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